앞으로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 신체조건, 학력을 기재하고 사진을 부착하는 것이 금지되는 등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전격 도입된다. 또 면접 단계에서 면접관이 응시자의 인적사항에 대해 물어서는 안되며 직무 관련 질문만 허용된다.

직무 관련 교육은 기재 가능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공개하고 이달 중 332개의 모든 공공기관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뒤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149개 지방공기업에 대해서는 인사담당자 교육을 거친 뒤 다음달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1만여명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방안에 따르면 서류전형 단계에서 응시자가 제출하는 입사지원서에는 학력을 비롯해 출신지역, 가족관계, 키와 체중 등 신체조건 기재란이 없어진다. 사진 부착도 금지된다.
다만 신체조건이나 학력이 특정 업무(경비직·연구직)를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기재가 허용된다.
또 서류전형 없이 바로 필기시험을 치르는 경우 응시자 확인을 위해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위해 최종학교 소재지(학교명 제외)를 입사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직무와 관련된 교육·훈련·자격·경험 등의 항목도 적어넣을 수 있도록 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거친 뒤 시행되는 면접에서는 면접관이 응시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고, 발표나 토론 방식의 면접을 통해 업무역량을 평가하게 된다.

민간 기업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 제공
정부는 공무원 경력 채용 과정에서도 이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경력 채용시 ‘경력채용 부문별 표준화방안’을 마련,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학력이나 가족관계 등 인적사항이 공개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다.
중앙 공무원 공개채용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응시원서에 학력 기재란이 없어지고, 면접에서도 인적사항에 관한 질문이 금지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민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인력 수요가 있는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및 면접방식 개선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개정되면 민간기업이 기초심사자료에 신체조건, 가족사항, 출신지역, 재산, 종교, 혼인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기재토록 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블라인드 방식은 채용 단계에서 편견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실력있는 인재라면 전형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담당자 80% “블라인드 채용 찬성”
이같은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과 관련해 출신 대학별 취업준비생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민간 기업 인사 담당자 5명 중 4명은 ‘블라인드 채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민간 대·중소기업 인사 담당자 418명을 상대로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물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공감하느냐’의 질문에 82.5%가 ‘공감한다’고 답한 것이다. 반면‘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7.5%에 그쳤다.
‘블라인드 채용이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공평한 평가의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란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도 69.1%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11.0%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는 스펙 위주의 채용 관행이 사라지고 인성·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의 틀이 바뀔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55.5%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이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대한 공감도 보다는 낮은 것이어서 취지를 실현하는 데 현실적으로는 장벽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나머지 응답자 중 34.9%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돼도 ‘자소설’(과장이 심해 소설이 된 자기소개서) 등 또 다른 스펙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럼에도 인사담당자의 80.9%는 자사 직원 채용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데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스펙을 보고 뽑은 지원자들이 막상 현업에서는 별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돼서’라는 응답이 53.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반면 블라인드 채용에 반대한다는 19.1%는 그 이유로 ‘인재 채용을 위한 일정한 기준, 판단 근거가 모호해져서’(47.5%·복수응답) ‘블라인드 채용에 맞춘 새로운 스펙이 등장할 것이므로’‘외모·임기응변 같은 단편적인 면들로만 지원자를 판단할 우려가 있어서’(이상 45.0%) 등을 지목했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의 90% 이상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 가운데 23.7%는 ‘현재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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