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은 울산, 경남, 창원 등과 함께 국내 자동차·조선·철강·기계산업을 이끌고 있는 ‘동남권 클러스터’의 중심축이다.
부산은 위치적인 중요성뿐만 아니라 동남권 클러스터에 부품·소재를 제공하는 ‘공급기지’로서도 그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동남권클러스터의 중심이 제조업 공동화와 산업 고도화의 실패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 맞은 부산= 최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3년 상반기 동안 부산 시외로 이전한 기업은 178개로 전입한 기업 (115개) 보다 63개나 많았다.
이전 기업들 중에는 평화유지공업(주), 대상(주) 부산공장, (주)유니크, 벅스(주) 등과 같은 부산지역 간판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부산을 빠져나가면서 일자리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상반기에 이전한 178개 기업이 고용하고 있던 일자리 2천3명분이 사라졌다. 반면 전입한 115개 기업이 새로 창출한 일자리는 576명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종업수가 적은 영세기업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부산의 대표하는 ‘사상공단’의 현황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부산 사상구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사상공단내 제조업체는 3천169곳으로 모두 4만8천996명의 종업원이 근무했다.
하지만 이보다 2년여 뒤인 2002년 8월말 현재 사상공단 업체수는 3천165개로 2000년과 비슷하지만 종업원수는 4만4천17명으로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결국 그동안 대형공장들이 사상공단을 속속 빠져나간 반면 영세한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공단전체의 영세화가 계속된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곳 사상공단내에는 러브호텔이나 골프연습장 등의 유흥·숙박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난개발이 계속될 경우 사상공단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이라는 공단본연의 집적효과를 거두지 못한채 그 기능을 차츰 상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왜 떠나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지가와 공장용지 부족 때문이다.
부산지역은 현재 주거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따라서 부산의 공장용지는 주로 바다를 매립, 만들어지고 있다. 공장분양가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지역에 사상, 녹산, 신평·장림, 금사, 정관 등의 공단이 있지만 이중 분양가가 높은 곳은 평당 80만원이 넘는다. 경남 주변지역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해결책은 없나?= 묶여있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보다 저렴한 공장용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까운 항만, 풍부한 소비시장, 넘치는 인력 등 부산은 사실 제조업 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산상의 김명수 경제조사이사는 “‘제조업의 천국’인 부산을 그린벨트로 묶어놓고 교통, 인력, 판매시장 등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남 내륙지역을 무리하게 개발하다보니 자연·환경 파괴현상이 심각해졌고, 기업은 기업대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 주장은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린벨트’정책은 정부가 지금까지 펴온 정책들중에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인데 이의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것은 ‘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동력 개발’정책뿐이다. 즉, 이는 높은 분양가를 뛰어넘는 ‘고부부가치 산업’을 개발하거나 유치하는 것이다.
부산시 경제정책과 정진학 계장은 “시는 산업부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드림 맵(Dream Map)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단이 많이 있는 서부산지역은 부품·소재산업(R&D) 클러스터 단지로 육성하고 그린벨트와 학교가 많은 동부산지역은 생명공학 클러스터로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설명 : 부산을 대표하는 사상공단이 최근 러브호텔 등의 유흥시설이 들어서면서 공단 본연의 모습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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