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인턴’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입니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이른바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만천하에 알려진 상대가 모니카 르윈스키, 바로 백악관 인턴이었죠. 뉴스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인턴이 무엇인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20년 가량 지난 2017년 대한민국에서 인턴이 또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운용 방식이 부적절해 젊은이들의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특히 인턴 안에서도 좋은 인턴과 나쁜 인턴의 양극화가 심화해 눈물을 흘리는 청춘도 있지요. 인턴 관련 신조어가 유독 많은 이유입니다.
금수저, 흙수저처럼 인턴에도 ‘금턴’ ‘흙턴’이 있답니다. 부모의 재력, 능력 등 인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린다네요. 인맥이 없는 흙턴은 전문적인 일을 배우지 못하고 허드렛일 등 단순 노동만 반복해서 하는 인턴을 뜻합니다. 젊은이들은 최근 등장한 취업 관련 신조어 중 가장 불쾌한 말로 흙턴을 떠올리기도 했답니다.
반면에 금턴은 인턴의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금수저 출신만 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죠. 비공개로 채용하는 공기업이나 대기업 인턴과 이른바 ‘빽’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유명 법무법인, 국회의원실 인턴 등이 대표적인 금턴이라고 하네요. 금턴은 일의 강도가 약하고 맡은 일이 자기계발로 이어질 수도 있어 한마디로 ‘꿈의 인턴’이랍니다.
‘호모 인턴스’(homo interns)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한 채 인턴만 반복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생긴 유행어랍니다. 취준생들이 자조(自嘲)적 의미에서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 바로 ‘호모 인턴스’라네요.
휴지처럼 사용된 후 버려지고, 새로운 휴지로 갈아치우듯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의 ‘티슈인턴’은 가슴을 아프게 하네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대가가 겨우 일회용이 돼서는 안 되는데 말이죠.
티슈인턴을 뛰어넘는 자조적 표현의 인턴도 존재한다고요? 그러네요. 인턴으로만 여러 업체를 전전하다 부장만큼 경험이 풍부해지는 현상을 말하는 ‘부장인턴’입니다. 실제로 기업체 부장 자리에 오를 정도의 기간 동안 인턴만 했다는 사례도 있답니다. 그런가 하면 인턴 자리라도 꿰차고 들어가고 싶다는 힘 빠진 청춘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번번이 인턴 채용에 떨어진다는 의미의 ‘인턴낭인’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요? 이건 좀 어설픈 위로로 들리네요. 청년이 웃어야 나라의 미래가 밝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각자 희망하는 일터에서 즐겁게 일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