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경제를 대표하는 두 지자체 ‘부산’과 ‘대구’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80대초까지만해도 부가가치생산, 수출 등 각종 경제통계지표에서 전국 수위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치다 최근 전국 꼴찌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 원인은 두 지자체 모두 섬유, 신발, 합판 등 경공업 편향적인 산업정책을 고집하다 산업고도화에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 두 지자체는 최근 또다시 ‘산업공동화’라는 적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대구 두지역을 긴급 현장진단했다.

대구
대구지역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더욱이 섬유나 자동차부품, 안경테 등 지역 대표업종뿐만 아니라 전자부품, 인터넷 관련제품 등 첨단업종까지 가세하고 있어 지역 제조업 공동화로 인한 산업기반이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대구지역의 對중국 투자현황’에 따르면 중국에 자체공장을 건설하거나 현지법인과 합작형태로 투자한 업체는 2002년말 기준으로 총 361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실제 투자금액만 해도 1억4천642만4천달러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29개사로 전체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 329개중 직물, 염색, 섬유기계, 의류 등 섬유관련 업체가 139개로 42%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자동차부품 18개(5.5%), 안경테·안경부품 및 기계 8개(2.4%) 등 순이었다.
자동차부품업의 경우 방진제품을 생산하는 P산업은 지난해 2월 총 1천2백만달러를 투자해 중국 천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헤드램프를 생산하는 S사도 중국 호북성 십언시에 1만4천평 규모의 공장을 건립중이다.
이처럼 ‘탈 대구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대해 지역 중소기업체 관계자들은 ‘대구에서는 더 이상 기업을 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3D업종 기피에 따른 인력난과 고임금, 노사분규 등으로 기업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방산업단지로 대구경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는 대구 성서공단. 섬유업종과 조립금속업종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인력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섬유업종의 경우 공동화현상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성서공단은 현재 전체 입주기업 1657개사 가운데 56개사가 휴·폐업이나 부도 등으로 문을 닫았으며 141개사가 기업의욕을 상실, 공장가동을 포기하고 공장전체를 임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섬유업체의 경우 536개사중 31개사가 휴·폐업했으며 전체의 10%를 넘는 57개사가 공장을 임대로 전환했다.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추승태 과장은 “웬만한 섬유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빠져나갔지만 남아있는 업체들도 수출채산성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 공장을 아예 처분하거나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조립금속업종은 지난해 완성차업체의 노사분규와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섬유업종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성서공단내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장충길 이사는 “회원사의 30% 이상이 인력난과 원가부담으로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공장을 임대하고 있다”며 “오는 2005년이면 조립금속업체들도 대부분 중국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물업체들의 경우 원자재가격이 25%나 인상됐지만 납품가격은 10년전과 동일하다”며 “완성차업체들이 원가상승분을 반영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구지역 섬유업체들의 중국진출이 잇따르자 대구시도 섬유산업 공동화 방지차원에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우선 섬유업체들로 하여금 생산지향적 전략을 포기하고 시장지향적 전략으로 전환토록 유도하는 한편 기술혁신을 위한 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용 섬유산업육성과 해외투자 유인을 위한 제도개선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텅 비어있는 성서공단을 활기찬 공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춘근 연구기획실장은 “지역기업들이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는 것은 고임금과 고지가, 적대적 노사관계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 공동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과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성서공단은 대구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공단이지만 최근 산업공동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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