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

프랜차이즈 본사가 브랜드 통일성을 내세워 가맹점에 구입을 강제해 온 필수품목의 마진이 상세하게 공개된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부도덕한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 가맹본부의 임원 등은 이로 인한 가맹점의 매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필수물품 정보 공개 확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23개의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발표하는 골목상권 보호 정책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가맹본부와 가맹점 수가 2008년 대비 각각 423%, 200% 증가하는 등 외형은 급격하게 커졌지만 불공정 관행은 달라진 게 없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의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대책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는 우선 매출액 대비 구매금액 비율 등 가맹점이 가맹본부로부터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필수물품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하기로 했다. 주로 식자재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식업종의 필수물품은 브랜드 통일성 유지를 위한 것이지만 가맹본부가 브랜드 유지와 무관한 물품 구매를 강제해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식자재 등 필수품목을 공급하면서 매입가격에 마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맹금을 받고 있지만, 마진규모나 심지어 마진을 부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가맹점의 인테리어 시공 비용에서 발생하는 이윤 등도 가맹점주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지만 관련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연내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맹점이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품목에 대한 정보공개서 의무기재사항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여기에는 필수물품 공급을 통한 가맹금 수취 여부, 가맹점 평균 지급 가맹금 규모, 가맹점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금액 비율, 필수물품 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 등이 포함된다.
가맹본부 등이 납품업체나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 리베이트 등 대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임원의 부도덕한 행위 피해는 가맹본부가 배상
공정위는 우선 치킨·피자·커피·분식·제빵 등 핵심 5개 분야를 중심으로 50개 가맹본부를 선정해서 이들의 필수품목에 대한 정보를 직접 분석해 공개하고 필요할 경우 이들에 대한 직권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가맹본부나 임원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해 가맹본부 등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가맹계약서에 근거도 마련된다.
이번 대책은 가맹본부 사주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아무 잘못이 없는 수많은 가맹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도 구제방안이 전무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달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보도된 뒤 열흘 동안의 매출이 전월 같은 요일의 평균 매출 대비 최대 40%나 급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광역지자체에 조사·처분권 일부 위임
가맹본부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법 집행 강화 방안도 내놨다. 최근 가맹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신종 갑질 행위가 나타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인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8년간 가맹본부는 4배, 가맹점주는 2배 증가했고 신고 건수도 2배 이상 폭증했다. 하지만 공정위 본부 가맹분야 전담인력은 10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확충되지도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맞춰 공정위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웠다. 일단 익명제보센터 등으로 민원이 빈번하게 제기된 주요 외식업 가맹본부를 신속하게 살펴서 법 위반 발견 시 엄중히 제재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가맹사업법상 현장에서 신속히 조치할 수 있는 사건은 시·도지사가 조사할 수 있도록 집행체계를 개편한다. 시·도지사가 조사한 사건은 공정위 심결 없이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예를 들어 가맹계약서 제공·보존의무 위반, 정보 공개서 등록·제공의무 위반, 가맹금 예치의무 위반, 가맹점 예상수익 정보 제공의무 위반 등 사건은 지자체가 맡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정위와 공정거래조정원 간 업무연계를 강화해 분쟁조정 신청이 급증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사회 문제로 번지기 전에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또 최저임금이 올라 종업원의 임금 부담이 커지면 가맹점주가 가맹금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표준가맹계약서가 개정되고 이동통신사 제휴할인 등 판촉행사에 앞서 반드시 가맹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최저임금 오르면 가맹금 인하 요구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는 ‘가맹계약 즉시 해지 사유’는 과감하게 삭제되거나 축소된다.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의 명성·신용을 훼손한 경우’ 등 모호하고 추상적인 조항이 그 대상이다.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 행위에 가맹점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도 연내 마련되며 가맹 ‘갑질’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된다.
공정위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가맹점에 계약해지 등 보복을 했을 때 최대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등 보복 금지제도도 마련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현재 필수물품 기반으로 가맹금이 책정되는 사업구조를 매출액·이익 기반으로 가맹금이 책정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잦은 분쟁의 원인이 되는 필수물품은 구매 협동조합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도 공정위 차원의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가맹점주가 대부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 비용은 일정 부분을 가맹본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적 개선안에 대해서도 연구·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23개 대책 중 9개가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하면 개선대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국민의 요구에 공정위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응해 을의 고통을 덜기 위해 공정위의 각오를 다지는 의미도 있다”라며 “가맹본부들이 자발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하며 장기적으론 법 개정도 추진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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