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서울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사퇴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인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중재안 표결 결과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재 구조의 최저임금위원회는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임금 인상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진을 겨우 1~2% 보던 중소기업은 결국 수익성이 ‘0’이 되는 셈이에요.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등시키면 결국 ‘소탐대실’ 아닌가요? 정치인 생색내려다 수많은 사업자들의 생계를 말아먹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
 
#“우리 회사는 본사 사옥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를 따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식비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숙식비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부 부담을 지우는 업체도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정부의 안일한 최저임금 정책 때문에 기존에 제공하던 근로자 편의와 비용이 대부분 사라질 듯합니다.” 
- 경남 소재 제조 중소기업 관계자

#“중소기업의 인력감축과 소상공인·영세업체의 폐업이 불 보듯 뻔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등 최저임금 종사자의 대량 실업과 취약계층의 소득보장 기회 박탈이 예상되죠. 정부는 약 3조원의 재정을 영세사업장에 지원하겠다는데, 세금으로 민간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니 황당할 뿐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증세 논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 관계자

2018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6470원에서 7530원(월 157만3770원)으로 무려 16.4%나 대폭 인상된 가운데 각계각층에서는 ‘최저임금 폭등’에 따른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경영 악화와 한국경제의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폭이 열악한 영세 사업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일방통행식 결정이었다는데 있다. 2010년 이후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은 2.75%(2010년), 5.1%(2011년), 6.0%(2012년), 6.1%(2013년), 7.2%(2014년), 7.1%(2015년), 8.1%(2016년), 7.3%(2017년) 등 매년 한자릿수로 올랐다. 하지만 2018년 인상폭은 16.4%로 전년대비 무려 두배가 넘으면서 이른 바 ‘임금 폭등’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최저임금 시급 1만원 2020년 달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임금 폭등도 이러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부합해서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다수가 노동계 안에 기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1만원 공약실천을 위해서는 앞으로 3년간 매년 15.6%씩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中企 “허탈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지난 15일 올해 마지막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했던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과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17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중재안 표결 결과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재 구조의 최저임금위원회는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최저임금 급등은 성과급을 중심으로 임금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중견·대기업보다 정액급여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죽이는 정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여부 △지역별 최저임금 적용여부 등 현실적인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 조차되지 못하고 끝났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다른 국가의 기업에 비해 불합리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에 대해 최소한이라도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냥 노동계의 편에 서서 임금 폭등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진행된 거 같다”며 비판을 했다.
지난 16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서를 통해 “2018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경제가 아닌 정치논리로 역대 최고인 1060원 인상된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분노와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기중앙회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정부 방침에 최대한 동참하고자 노력했고, 지불능력이 열악한 영세 중소상공인들을 위해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산입범위 확대 등을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감내 할 수 없는 재앙수준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내년 추가 부담 15조2천억 달해
이번 최저임금 폭등에 따라 내년부터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무려 15조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현재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새로 최저임금 대상이 되는 근로자 약 462만명을 대상으로 추가될 인건비를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일선 경영 현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시급 7530원 보다 많은 9036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주휴수당을 포함한 금액으로 환산하면 9036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들에게 주어지는 수당으로, 매주 근로하지 않은 하루에 대해 추가 임금을 주는 것이다.
연장수당, 야간수당, 연차수당 등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다른 수당과 달리 주휴수당은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종업원을 둔 고용인은 반드시 지급해야 되는 인건비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이런 현실을 지적하며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정할 때 주휴수당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휴수당을 법으로 보장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주휴수당 때문에 사용자 측에서는 사실상 시급보다 20%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동대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4대 보험료, 식비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확정한 수준보다 훨씬 높다”며 “이미 시급 1만원에 근접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1명에 대해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월 4대 보험료는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5만원 이상이나 된다. 이번 최저임금 폭등에 따라 내년부터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최소 월 157만3770원이지만,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월 2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천국’될 수도
내년도 최저임금 폭등으로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기중앙회는 내년도 시급이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만 올해 7조7215억원에서 내년 8조7967억원으로 1조752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월 평균 209시간 일한다는 조건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본급 인상분 △초과 근로수당 인상분 △사회보험료 인상분을 합산해 1인당 인건비 월 추가 부담액을 33만2891원을 계산했다. 올해 5월 현재 단순노무직 제조업 취업 외국인(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26만9000명이다.(고용노동부는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5개국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 중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폭등에 따른 내국인과 외국인을 위해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각각 15조2000억, 1조752억원으로 합치면 총 1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짐작된다. 영세한 중소기업과 매일 경영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이 짊어질 추가 부담금의 규모는 정부가 지난 2015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책정했던 1년 예산 16조4000억원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폭등에 따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3조원 가량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최저임금 세계 최고 수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시급 1만원 최저임금 정책을 고집한다면 한국의 임금 수준이 호주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되면 연간 실질 최저임금은 2만2282달러로 오스트레일리아(2만1967만달러·2016년 현재)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실질 최저임금은 연 1만7450달러(구매력평가지수 환율 기준)로 영국(연 1만7568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소기업학회장도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보다 최저임금이 낮다고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국가별 소득수준과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우리 경제 수준보다 임금이 낮다고 하면 당연히 올라야 하겠지만 그걸 입증할 수치 등을 정부가 내놓지 않고 있다”며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주휴수당을 인정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만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기적인 상여금과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지급하는 현물 급여가 모두 최저임금에서 빠지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이 짊어질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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