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지난달 16일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의 6470원보다 무려 16.4%나 오른 것이다. 인상액은 1988년에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대, 인상률은 17년 만에 가장 높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모델을 실현하는 주요 경제정책수단의 하나이다.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취지이다. 이 때문에 논의의 첫단계부터 경제논리 보다는 정치논리가 지배했다.
그러다보니 노·사·공익위원 27명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위원회는 독립적인 심의기구일 뿐이고, 인상률이 무리인 줄 알면서도 통과의례만 치룬 셈이다. 이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서둘러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관계부처 합동명의로 발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평균 7.4%)을 초과하는 인상분에 대해 정부가 재정으로 직접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개인기업의 임금까지 보전해주겠다는 얘기인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 근로자의 98%가 영세 중소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자의 지급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이 무리하게 올라가면 어떤 사태가 빚어질까·
첫째, 법의 사각지대 내지 범법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수를 보면 2012년의 169만명에서 2016년 266만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같은 기간 중 9.6%에서 13.6%로 높아졌다. 지금도 이러할진대 내년도 상황은 불을 보듯 자명한 결과가 예상된다.
둘째, 근무시간의 축소나 감원, 신규채용의 축소가 예상된다. 사용주는 노동생산성과 매출상승이 임금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는 한 불어나는 적자를 기꺼이 감당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기 위한 자동화가 급진전할 것이다. 넷째, 약간 큰 규모의 업체는 해외이전을 시도할 것이며, 사업을 접는 업체도 늘어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정부의 정책의도와는 정반대의 효과인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외국기업은 별로 들어오지 않는데 비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현저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2007~2016년의 10년간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로 빠져나간 일자리가 무려 100만개나 된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투자액도60억달러로서 통계작성을 시작한 1980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의 첫째 목표가 일자리 만들기인 줄 안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와 규제완화가 긴요하다. 다시 말해 기업하기 좋은 생태계의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최저임금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논의되고, 결정돼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과속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문 대통령은 이 제도의 시행을 1년 정도 지켜보자고 했다. 무리한 인상에 따른 문제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 기회에 최저임금에 대한 실태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제의 도입,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확대, 개별기업에 대한 임금지원 지양,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과 기능 조정,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 근본대책을 차분히 수립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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