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세부담률이 역대 최고인 20%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세와 지방세 등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총조세 역시 337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올해 첫 세제개편에서 소득·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 증세를 예고한 만큼 내년엔 조세부담률이 20%를 웃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새 정부가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 소득분배 개선 등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제시한 정책 과제 이행을 위해 조세부담률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년比 0.3%p 올라 올해 19.7% 전망
최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조세부담률은 19.7%로 지난해(19.4%)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 가능한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높다.
구체적으로 올해 국세는 257조원이 걷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입예산안 기준 국세 수입 전망치는 242조3000억원이다. 그러나 올해 5월까지 국세 수입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11조2000억원 증가하고, 올해 목표 세수 대비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51.1%)은 50%를 돌파하는 등 세수입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면서 이러한 세수 증대분 중 8조8000억원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추경에 9조원에 육박하는 초과세수를 활용하고도 올해 남은 기간 6조원이 넘는 세수가 예상보다 더 들어올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세수 전망이 242조원인데 추경에 포함되는 세수 8조8000억원을 합치면 251조원 가량이 된다”며 “올해 최대 15조원이 (전망 대비) 더 걷힐 것이다. 내년 세수 전망이 252조원인데 올해 이미 달성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김 부총리 예상대로 올해 세수가 전망 대비 15조원이 더 걷히면 257조원을 넘게 된다. 지난해 국세 수입(242조6000억원) 대비 6%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지방세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세 수입은 7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담뱃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담배소비세가 23.4% 급증한 데다 주민세와 재산세, 자동차세 등도 증가폭이 컸다. 올해 지방세가 국세(6%)와 비슷한 정도로 늘어난다면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취득세·등록세 등 부동산 거래세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담배 판매량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방세 증가율은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0∼2016년 지방세 연평균 증가율은 7.7%였다.
이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 전망치(257조원+80조원)를 합하면 올해 총 세수입은 337조원으로 전년(318조원) 대비 20조원 가깝게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경상성장률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637조4200억원이었다.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감안하면 올해 GDP는 1712조7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권별 오르락 내리락 조세부담률
역대 조세부담률은 각 정권의 성향에 따라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렸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16.1∼17.9%를 오갔던 조세부담률은 노무현 정부 들어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조세부담률은 처음으로 18%대(18.2%)에 다다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복지지출 확대를 강조하며 증세 정책을 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산세 과세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으로 조세부담률이 상승했다. 노무현 정부 4년 차인 2006년에는 18.6%를 기록하고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은 19.6%로 사상 처음 19%를 돌파했다.
반면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간판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 때 조세부담률은 다시 하락했다. 취임 첫해 19.3%였던 조세부담률은 3년 연속 하락해 2010년에는 17.9%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 조세부담률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18%→18.5%→19.4%) 증가했고, 그 상승 폭도 갈수록 커졌다. 지난해 19.4%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9.6%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정권 성향 추세와는 다소 예외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명시적으로 세율을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고 담뱃세를 인상하는 등 사실상의 증세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정부 첫해와 마지막 해의 조세부담률 변화를 보면 김영삼 정부 +0.5%포인트(16.2%→16.7%), 김대중 정부 +1.6%포인트(16.2%→17.8), 노무현 정부 +1.4%포인트(18.2%→19.6%), 이명박 정부 -0.6%포인트(19.3%→18.7%), 박근혜 정부 +1.5%포인트(17.9%→19.4%)다. 이명박 정부를 제외하고 모두 임기 중 조세부담률이 올라간 셈이다.

文정부 동안 더 오른다…‘20% 돌파’ 시간 문제
조세부담률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20%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000년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7.4∼19.6% 사이를 맴돌고 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6∼25.4%보다 5∼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른바 선진국의 모임이라는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세 부담 정도가 높지 않은 만큼 증세를 할 여력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세수가 자연스럽게 매년 10조원 이상 늘어 총 60조5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증세 효과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대기업,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위 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법인세 등 직접세 부담을 늘려 분배를 개선하고 정책 이행을 위한 재원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의 세전·세후 지니계수 개선율은 2015년 13.5%로 독일(42.2%), 프랑스(42%), 영국(31.3%), 미국(22.4%)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정부는 아직 명목세율 인상에 신중한 태도지만 세율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 않은 상태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명목세율 인상 문제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 제기됐고 당측 요구도 강하다”며 “명목세율 인상 문제를 검토 중이며 최종안은 다음 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세 정의 차원에서 현 정부가 상속·증여세에 대한 자진신고 세액공제율을 축소하고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수가 늘어날 여지는 더 있다.
세수 호조, 증세로 분자인 세수는 차곡차곡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분모인 GDP는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여 결국 조세부담률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GDP에 영향을 주는 경상성장률은 2011년 5.3%를 마지막으로 2012∼2016년 3.4∼4.9%대에 머물렀다.
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을 4.6%, 내년에는 4.5%로 전망하고 있다. 조세부담률 상승은 복지를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와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정부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등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펴고 있어 결국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중부담 중복지’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점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여당 내에선 조세부담률을 2022년 21%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의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증세 불가피…사회적 공감대 필요”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정책 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증세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더해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조세부담률은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가 펼치는 사업들은 대부분 대규모 자금이 필요로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진적인 의미로 소득이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면세 비중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세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일부 초고소득 계층만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소득 불평등 완화나 재원 마련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증세 대상을 좀 더 광범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고소득자를 상대로 증세해도 필요한 재원에 비해 세수가 큰 폭으로 늘지는 않는다”며 “광범위하게 세금을 더 걷어서 불평등을 해소할 것인지 아니면 새 정부 정책을 조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한 중장기적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증세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며 그때그때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걷어가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세부담률
한 나라의 국민총생산(GDP) 또는 국민소득(GNP)에 대한 조세총액의 비율. 여기서의 조세는 국세와 지방세는 물론 관세·전매익금까지 포함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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