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초등학교 동창과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A씨. 사실 A씨에게는 첫사랑인 그녀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부장의 한마디에 눈물을 머금고 점심 취소 전화를 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다같이 중국집으로 가는 거 어때?” 사무실 근처 중국집, 부장은 “가격 신경 쓰지 말고 주문해. 난 짜장면!”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다들 짜장 혹은 짬뽕을 선택합니다. A씨가 용기를 냅니다. “난 송이덮밥을 먹겠습니다.” 과장이 “그냥 같은 걸로 주문하지”라고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합니다. A씨가 “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십시오”라고 하자 동료 몇몇이 “취존! 취존!” 하며 편을 듭니다. 부장과 과장은 ‘취존’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표정입니다.

◇ 취향에 대한 권리 주장 ‘취존’=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취존’은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의 줄임말입니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뜻합니다. 집단에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개성을 드러내도 되는 사회로 바뀌어 간다는 증거겠지요.
A 씨의 사례처럼 음식 선택뿐만 아니라 옷차림, 화장기법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누구나 당당하게 밝힐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은 생각과 모습이 같을 수가 없어 더욱 아름답고 재미있는 존재잖아요.
애주가들은 ‘취존’을 ‘취함을 존중한다’의 줄임말로 해석하기도 한답니다. 비슷한 신조어로 ‘취저’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답니다. 취저는 ‘취향 저격’의 줄임말입니다. 그렇다면 ‘개취’는 무슨 뜻일까요? 힌트를 드릴게요. 부부가 쇼핑을 갔어요. 아내가 소매 없는 미니 원피스를 사려고 하자 남편이 반대합니다. “나이 좀 생각해. 주부가 그걸 어떻게 입어?” 아내는 남편의 핀잔을 들은 둥 만 둥 그 옷을 사며 말합니다. “이건 나의 개취야!” 감이 왔나요? 맞습니다. 개취는 ‘개인의 취향’을 줄인 신조어랍니다. 개취도 존중돼야겠지요. 그래야 부부는 물론 인간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편안해질 테니까요. 

◇화나고 쓸쓸해서 돈 쓴다…‘빡침 해소’= ‘취존’이 무시당할 경우 홧김에 돈을 쓰기도 합니다. 화가 나서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택시를 타거나 혼자 술을 마시기도 하지요. 이렇게 홧김에 쓰는 돈을 ‘시발비용’이라고 합니다. 시발비용은 지난 호(본지 2월 28일자)에서 다룬 적이 있지요. 그런데 이 시발비용과 멍청비용 등 감정으로 의해 즉흥적으로 소비하는 단어를 묶은 말 ‘빡침 해소’가 올 상반기 키워드로 떠올랐네요.
‘멍청비용’은 부주의한 탓에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한마디로 멍청하지 않았다면 안 나갔을 돈을 뜻한답니다. 멍청비용은 개인의 돈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시간과 노력 등 누군가 책임 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주변인들이 피해를 볼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여행지에서 지도를 잘못 읽어 택시를 탄 경우, 혹은 물건을 잃어버려 다시 산 경우에 지출된 돈이 바로 멍청비용이 되는 것이죠. 외롭지 않았다면 안 나갔을 돈인 ‘쓸쓸비용’도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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