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카카오뱅크의 흥행 비결

최근 들어 금융업계의 최대 화두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무서운 독주일 것이다. 단적으로 최근 한달 동안 있었던 일만 나열해도 금융업계 역사에 진기록들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27일 카카오뱅크가 첫 오픈한 이후 보름도 안 돼 가입계좌가 200만좌를 돌파하는 유례없는 돌풍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에 몰린 예금과 적금 등 수신액 규모만 996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모였다고 한다. 카카오뱅크와 연계되는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의 신청 건수도 140만장이 넘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기록행진이 불과 2주만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시장의 터주대감들에겐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성과들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시중은행들이 너나 할 거 없이 금리와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고, 비대면 상품 강화에 노력 중이다. 어떤 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을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카카오뱅크가 불러일으킨 지각 변동, 일명 ‘카뱅’(카카오뱅크와 빅뱅의 합성어)에 대한 대응책인 것이다. 이번 주 기업 포커스는 국내 금융업계를 강타한 카뱅의 진원지인 카카오뱅크를 분석해 봤다.

4200만명의 카카오톡 고객 기반
카카오뱅크의 성공가도의 핵심 원동력은 누가뭐래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톡의 가입자는 4200만명. 어떻게 보면 국내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고객수로는 단연 1등일 것이고, 앞으로 이러한 고객 DB를 보유한 기업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카카오는 4200만명의 고객과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비즈니스를 꾸준히 해왔었다.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선도적인 신규 사업들을 보여줬었다.
카카오뱅크는 어떻게 보면 카카오가 4200만명의 고객을 기반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승부수가 아닐까 싶다. 일단 기존 은행 거래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면서 카카오뱅크의 방식으로 새로운 은행의 지평을 열었기에 그렇다. 카카오톡 가입자라면 어떤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5분 안에 카카오뱅크에서 구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일단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따위는 필요가 없다. 이것만으로 카카오뱅크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모바일로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휴대폰 번호 인증으로 실명 확인을 거치면 즉시 카카오뱅크 계좌에 가입할 수 있고, 계좌번호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카카오톡을 통해 계좌에 송금을 할 수 있으며, 대출신청도 시중은행과 달리 복잡한 가입조건이나 우대조건 없이 가능하다.
대출금리도 파격적인데, 신용도에 따라 최저 연 2.84%라고 한다. 이건 들어보나마나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출 문턱이 낮으면 한도가 낮지 않을까? 아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는 최대 1억500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모바일에서 5분 안에 가능한 일들이다. 이렇게만 나열해도 기존 은행권의 모바일 뱅킹하고 완전히 다른 세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의 콤비
이렇게만 보면, 마치 카카오뱅크가 최초로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하면서 새로운 이슈를 불러낸 주인공처럼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후발주자다. 지난 4월3일 출범한 케이뱅크(K뱅크)가 선배격이다. 그런데 현재 케이뱅크의 성적표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면 여러 물음표가 달린다고 할 수 있다. 앞서 4개월 동안 영업과 마케팅을 해온 케이뱅크의 고객수는 카카오뱅크가 보름 동안 모은 고객수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질적 차이를 보이게 된 원인은 뭘까? 일단 케이뱅크의 내부 실책을 살펴보기 전에 카카오뱅크의 혁신적인 태동을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카카오뱅크의 초대박 행진을 이끈 주역에는 이용우, 윤호영 공동대표가 있다. 이들은 카카오뱅크를 준비하던 2년전 TF팀 때부터 호흡을 맞추며 ICT와 금융의 환상적인 융합을 이끌어 냈다.
일단 이용우 대표는 전통적인 금융 전문가고, 윤호영은 ICT 전문가다. 이 대표가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등 금융의 전략과 투자 분야에서 오래 몸담았다면, 윤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 등을 맡았다. 인터넷은행이 지향하는 금융과 기술의 조화를 두사람이 주축이 돼 제대로 준비하고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반면에 케이뱅크는 비금융권인 KT 출신을 임원 자리에 앉히면서 태생적으로 인터넷은행의 혁신성과 전략수립에서 한발짝 뒤처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KT의 주요 계열사 및 비서실 출신 임원들이 케이뱅크의 요직에 다수 배치된 상황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구사하는 데에 힘이 부쳤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용우와 윤호영이 공동대표를 하는 배경에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법도 포함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한 인터넷은행의 설립 의의는 사실 IT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은행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서 주주 구성도 IT 회사와 금융사, 핀테크 스타트업 등이 골고루 섞여야 높은 점수를 받았다. 
카카오뱅크의 이름도 IT 전문기업인 카카오가 향후 주도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관련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현행 법 내에서 주주 구성이 조금 복잡해졌다. 카카오뱅크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체 지분의 58%를 보유하고 카카오, 국민은행이 10%를 갖고 있으며 이외에 넷마블과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 텐센트가 각각 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무슨 뜻이냐면, 앞으로 최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인 이용우 대표가 앞으로 지분을 늘려나갈 카카오 출신 윤호영 대표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직 갈 길 먼 금융업의 세계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의 저력은 확실히 인정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 카카오뱅크 앞에는 풀어야 할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먼저 흥행에 따라 고객수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여수신 충당금에 대한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3000억원. 조기소진이 불보듯 뻔해 보인다.
그렇다면 자본금을 늘리는 증자를 실시해야 하는데,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증자는 여전히 미지수로 계속 남게 된다. 개정안에는 IT기업이 지분을 35%에서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게 만들었는데, 통과가 늦어질수록 카카오가 현행 지분 10% 이상을 추가로 늘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지분 증자를 하고 싶다면 다른 주주도 카카오가 늘리는 비중만큼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 합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당장 자본을 충분히 늘려주면서 폭증하는 고객들의 여수신을 대응해 주고 내년에나 개정안 통과에 따른 증자 계획을 잡아야 하지 않나 예상해 본다. 그리고 한가지 주지해야 할 사실은 초반 흥행몰이에 흠뻑 취해 무리한 증자와 투자에 나서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카카오뱅크의 실거래자 비중과 그 규모는 적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카카오뱅크의 고객 1인당 수신과 여신액은 50만원 이하인 반면 케이뱅크의 경우 1인당 수신액이 100만원 이상, 여신액도 60만원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실제로 카카오뱅크를 통해서 금융 거래를 하려는 고객 수는 아직 적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카카오라는 브랜드의 힘과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결국 은행의 본질인 신뢰성을 향상 시키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금융기관의 역할로 발전해 나가기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막 비상한 카카오뱅크가 과연 어떤 성공신화를 더 써 내려갈지 기대가 된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