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우리나라의 반도체 부문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 전체 흑자 규모를 벌써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흑자가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무역수지 편중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SK가 반도체 시장 장악
최근 IT업계와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반도체 부문 무역수지 흑자는 288억94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억700만달러)보다 무려 1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만 46억6600만달러 흑자를 추가하면서 올해가 5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이미 지난해 전체 반도체 흑자 규모(256억1720만달러)를 훌쩍 넘었다.
부문별로는 메모리 반도체가 271억6850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적자를 기록했던 시스템 반도체도 7월까지는 14억4340만달러 흑자를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가 약 557억35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통계의 최하위 분류 항목에 속한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전체의 48.8%에 해당하는 흑자를 거둔 셈이다.
이는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전세계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 2위 점유율(44%, 28%)을 차지했으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두 업체가 각각 1, 4위(36.7%, 11.4%)에 올랐다.
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22%)와 삼성디스플레이(10%)가 전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와 5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무역흑자도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33억997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나 증가했다.
최근 시장 호조세가 이어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합치면 총 422억9390만달러 흑자로, 전체 무역흑자의 75.9%를 차지하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사실상 지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시장변동성이 큰데다 최근 중국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이런 편중 현상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지금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수출 호조는 과거에 투자한 것을 ‘슈퍼 호황기’에 수확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래지 않아 우리나라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ICT 수출액도 ‘역대 최고’
한편 이같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ICT 수출은 157억1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20.9% 늘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증가이며, 역대 최고 7월 실적이다.
7월 기준 종전 최고 수출액은 2014년(7월)에 기록한 144억3000만달러다. 7월 기준 수출로는 처음 15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지만 2013년 10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 수출액(165억7000만달러)에는 못 미친다.
반면 휴대폰은 부분품 현지 조달 확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줄어든 12억7000만달러에 그치면서 수출 감소세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4월 이후 16개월 연속 감소세다. 또 7개월째 두자릿수 감소율이기도 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베트남 등 해외 공장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졌고 관련 부품도 현지 조달이 확대되면서 감소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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