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치솟는 항암제 값, 대책은?

 

특수 항암제는 수많은 환자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생명을 구한 효자 약이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가격이 네배 이상 뛰어 의료보건시스템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이 치료제의 기적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하려면, 가격을 인하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시장의 기본 법칙과 달리 치료제 가격은 오르기만 한다. 치료가 진행될수록, 다음 단계 치료제는 이전 단계 치료제보다 항상 가격이 더 비싸다. 심지어 경쟁자가 등장해도, 시장 규모가 커져도, 약 효능이 예상보다 떨어져도 가격은 상승한다.
의약업계에선 치료제 가격 상승 속도가 효능 개선 속도보다 빠르다고 한다. 1995년 항암제를 이용해 ‘생존수명’(life year) 1년 늘리는데 들었던 비용은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약 5만달러다. 그러나 현재는 그 비용이 무려 22만5000달러에 이르고 있다.
신약만 가격을 올리는 건 아니다. 노바티스(Novartis)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Gleevec)의 월비용은 2001년 3000달러였으나(인플레이션을 고려해 환산한 액수), 현재는 9000달러다. 극소수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의약품이라면, 이런 가격 급등을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리벡은 FDA의 신규 사용 허가로 오히려 시장이 더 커졌다. 독점이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2006년에는 스프라이셀(Sprycel)이, 2007년에는 타시그나(Tasign)가 시판되기 시작하면서 경쟁자가 등장했다. 그러나 글리벡과 나머지 두 제품의 가격은 내리기는커녕 오르기만 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은 또 있다.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치료제가 환자에게 주는 효용이 높고, 해당 치료제를 개발하기까지 들인 비용을 회수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규제에 따른 부담도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지막 주장은 공허한 변명처럼 들린다. 최근 FDA는 일부 치료제의 승인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암젠(Amgen)의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Blincyto)는 지난해에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올 여름엔 메디케어(Medicare: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의료 보험 제도)가 무작위 임상 시험 결과 없이도 병원에서 블린사이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했다.
그 결과, 암젠은 치료제 효능 입증을 위해 큰 돈을 들여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럼에도 블린사이토의 월 비용은 6만달러로 여전히 높다. 메디케어 대상자 1인 연 수입의 두배가 넘는다.
치료제 가격에 대한 비난은 보다 어려운 질문으로 이어진다. 수명을 연장하거나 생명을 구하는데 과도하게 비싼 비용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국의 특수 의약품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어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다.
치료제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은 없다. 주 및 연방법률에 따라 보험회사들은 모든 종류의 항암제 치료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항암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의사들도 치료제 선택 시 비용을 고려하지 않도록 교육 받고 있다. 이 같은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이 금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혁신이야 말로 정말 필요한 혁신이다. 제약회사가 임의로 매긴 가격이 아닌, 치료제의 가치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환자만이 아닌 과학과 사회를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미국의 제도가 그렇게 돼 있진 않지만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치료제의 가격과 가치가 서로 연동되면, 우리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거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중요한 여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또 혁신이 가장 필요한 곳을 파악할 수 있고, 치료제가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책정되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장점은 보험회사가 비싼 특수 의약품에 수천달러의 고용인 부담금을 부가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혁신을 이루려면, 치료제의 가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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