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장병규 블루홀 의장

요즘 PC방에서 대표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은 뭐니뭐니 해도 블루홀에서 내놓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의 게임 환경은 생존 게임을 표방하는데, 고립된 섬에 남은 100명의 이용자가 각종 무기와 차량 등을 이용해서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배틀로얄의 형식을 갖췄다.
배틀그라운드의 첫 출시는 한국에서만 한 게 아니라, 지난 3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가 시작됐다. 최근 8월까지 누적판매 건수가 700만장을 돌파했고, 최고 동시접속자 수만 60만명, 누적매출은 이미 1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지 오래라고 한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곡선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 역수입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정식 출시는 카카오게임즈를 통해서 한다고 한다. 카카오게임즈야말로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를 국내에서 신화적인 게임으로 만들 좋은 플랫폼이다. 이미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의 생존 게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데, 정식 출시 전에 이미 한국에서 만든 1인칭 슈팅게임(FPS) 1위인 ‘서든어택’을 제치고 PC방 온라인 게임 점유율 종합 4위에 올랐다. 배틀그라운드의 배틀로얄이 시작된 셈이다.

블루홀의 저력과 장병규 의장
여기서 블루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루홀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NC소프트, 넷마블 등과 같이 게임 개발업체는 아닐 수 있겠지만, 비상장게임 개발사 중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곳이다. 일단 블루홀이 장외주식으로 발행한 주식수와 주당 거래가격을 따져보면, 블루홀의 시가총액 추정치는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상장사인 넷마블이 11조 5190억원, NC소프트 8조 3697억원과 비교하면 아직 상대가 되지 않지만, 컴투스(1조4200억원), NHN엔터테인먼트(1조4440억원)를 넘어서는 걸 보면 앞으로 상장을 하게 된다면 한국에서 대형 게임개발사로 그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서 블루홀의 실질적인 리더인 장병규 의장을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장병규 의장은 올해 45세이지만, 한국에서는 1세대 벤처사업가로 통하며, IT 벤처업계에서는 전설적인 기업가로 통한다. 왜냐하면 아직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열악한 한국의 벤처시장에서 20년 사이에 시도한 모든 사업이 다 성공을 했기에 그렇다. 
간단히 그의 과업을 나열해 보면 지난 1997년 공동창업한 네오위즈에서 개발한 인터넷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의 성공을 시작으로 지난 2005년 창업한 인터넷 검색 사이트 ‘첫눈’, 그리고 2011년 개발한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테라’ 등이 대표적인 그의 성공 스토리들이다.
장 의장은 대부분의 사업들에서 창업부터 매각까지의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업계에서 성공과 돈을 거머쥔 보기 드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에 첫눈을 350억에 판 장병규
장병규 의장은 영재였다. 대구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했고,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부시절엔 유명한 개발자로 통했다.
예를 들면 대학 친구들과 수강신청 시스템을 뚝딱 만들어서 학교가 그의 시스템을 공식 채택할 정도의 능력을 인정 받기도 했던 것이다. 20대였던 장병규 의장이 1996년 나성균 현 네오위즈 대표와 함께 공동으로 네오위즈를 창업한 것은 어쩌면 운명적인 시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세이클럽과 피망으로 잘 알려진 네오위즈에서 그가 개발한 세이클럽은 지금은 흔한 사이버 캐릭터의 원조를 창조해 냈다. 사용자들이 세이클럽 안에서 캐릭터 샵을 이용하면서 각종 옷, 신발, 장신구 등 아이템을 구입하는 서비스 말이다. 한 때 1600만명의 사용자가 있었다.
장병규 의장을 설명할 때면 빼놓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 핵심 스토리는 ‘첫눈’이다. 지난 2006년 네이버가 350억원을 들여 신생기업을 인수하면서 국내 벤처업계의 새로운 M&A 역사를 쓴 적이 있는데, 그 장본인이 바로 장병규 의장이었다. 그가 2005년 네오위즈에서 나와서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와 공동창업한 첫눈이란 서비스가 왜 화제였냐면, 당시 네이버의 검색엔진을 위협할 정도의 혁신적인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란 말도 있었다. 스노우 랭크(Snow Rank)라는 시스템이었는데, 이걸 구글이 인수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 대단했던 것은 그는 350억원의 매각 금액 중에 105억원을 당시 첫눈 직원들이었던 60명의 직원들에게 평균 1억7500만원씩을 나눠줬다는 것이다. 그는 큰 수익이 나면 그것을 직원들에게 분배할 줄 아는 진정한 벤처기업가다. 현재도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많은 비중을 직원들에게 나누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장 의장이 신규 사업을 시작하면 주위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달려온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으로 세계시장 진출 본격화
세이클럽, 첫눈 등의 성공 신화를 보면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 관련 툴의 혁신을 도모한 결과였다. 그러다가 장병규 의장은 2007년 지금의 블루홀을 창업하고 게임이라는 장르에 몰두하게 된다. 그 이유는 분명했던 것 같다.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혁신 보다는 온라인 게임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 더 쉽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장 의장은 북미 시장에서 엔매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는데, 이 블루홀의 자회사가 바로 글로벌 사업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6월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엔매스는 퍼블리싱 업체다. 이 업체의 기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게임을 어떻게 하면 전 세계에 효율적으로 유통하고 배급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곳이다.
블루홀이 선보였던 테라, 크리티카, 아바 등의 게임도 엔매스를 통해 전 세계 시장에 확대되됐던 것이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던 배틀그라운드의 경우도 엔매스가 힘을 줘 밀어붙인 온라인 게임이었다. 이러한 퍼블리싱 자회사를 보유한다는 건 사실상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내 대형 게임개발사도 주저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장병규 의장은 좋은 상품을 제작하는 일과 동시에 이 상품을 어떻게 하면 잘 유통 시킬까 하는 고민도 풀어나가는 선견지명을 보여줬던 셈이다.
엔젤투자자로 활약하는 장병규 의장
그의 사업 수완이 뛰어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지만, 장병규 의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벤처·스타트업 투자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는 첫눈 매각 이후 개인적인 엔젤투자자를 병행하면서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회사인 ‘본엔젤스’를 세웠는데, 이는 단순히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에게 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이후에도 경영자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역할을 하는 일이다.
장 의장은 본엔젤스를 통해 그간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이나 잡플래닛, 틱톡, 번개장터, 카닥 등에 투자했으며 여러 회사를 네이버, SK플래닛, 카카오 등에 인수시키는 등 벤처업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07년부터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한둘 모이더니 서로를 ‘패밀리’라 칭하며 지낸다고 한다. 매달 한차례씩은 패밀리 모임인 ‘본데이’도 열어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장병규 의장의 성공스토리를 들여다보면 ‘상생’이라는 키워드가 잡히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사업가로서도 그는 순이익의 많은 부분을 직원들과 나누고, 엔젤투자자로서도 스타트업들에게 투자와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문을 닫는 냉혹한 벤처시장에서 장 의장과 같은 사람이 있기에 조금이나마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는 것 같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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