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출범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한마디로 ‘분수효과’로 요약된다. 분수효과는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면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도 확대돼 결국 경기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양적 성장에만 매달렸던 과거 경제 패러다임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사람 중심 지속성장 경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한국경제의 고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3%대의 견실한 성장 능력을 갖춘 경제구조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소득 증대 최우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키워드는 일자리와 소득이다.
일자리 창출, 가계 소득 증대로 내수를 활성화하면 기업 소득이 증대되고 이는 기업 투자 증가와 고용 증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 선순환 고리로 연결된다는 것이 새 정부가 그리는 밑그림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좋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구체적인 정책 실행을 위한 컨트롤 타워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했다.
일자리위원회는 90여일간의 활동 끝에 지난 8일 열린 제2차 회의에서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체계 구축 방안’을 의결했다.
앞으로는 예산·세제·금융·조달 등 모든 정부운영 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정부는 또 차별 없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연말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대거 추진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자리의 양은 물론 질의 제고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시발점은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6.4% 인상한 7530원으로 확정지었다. 지난 201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2.75∼8.1%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두 자릿수 인상은 ‘파격’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는 게 사용자 측과 노동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아직 경제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이 생산비 상승을 유도해 공급측면에서의 효율성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심각한 경영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에선 사업 철수를 예고한다.
특히 소상공인의 10명 중 9명은 종업원 수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 정부의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총 532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업계 실태조사’에서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종업원 감축 필요 유무’를 묻는 설문에 응답자의 68.1%(356명)가 ‘매우 그렇다’고 24.3%(127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92.4%가 종업원을 줄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해 현재 2조원 수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규모를 4조원으로 확충하고, 정책자금 대출의 저금리(2.3~2.7%)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2020년 2조원으로 늘리고, 2022년까지 두배인 4조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갑질논란’ 프랜차이즈 업계 정조준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가 공정경제 구축이다. 문재인 정부는 특히 ‘갑질논란’에 휘말린 프랜차이즈 업계에 경고를 보내며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촉구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을의 눈물’을 닦겠다며 수호자로 나섰고, 검찰과 경찰 역시 약속이나 한 듯 개혁의 첫 타겟으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정조준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지난 정부 당시 가맹본부 갑질에 눈을 감았던 공정위 등에 경고를 보냈다.
감사원이 프랜차이즈 가맹점 영업과 관련, 을의 눈물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공정위 가맹거래과를 전수조사했고, 김상조 위원장 역시 취임 일성으로 “업무시간 외에는 공정위 OB(퇴직자)나 로펌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경고했다.
공정위 출신 변호사 등이 대형로펌으로 옮겨가 대기업이나 가맹본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공정위의 조사가 이에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공정위는 △오너리스크 배상책임 도입 △외식업종 필수물품 마진공개 △특수관계인 관련 사항 정보공개 △리베이트 정보공개 △보복조치 금지제도 △가맹금 조정가능한 거래환경 조성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특히 치킨과 피자, 제빵, 패스트푸드, 커피 등 5대 프랜차이즈 업종 상위 10개사, 총 50곳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동시에 프랜차이즈 업계에 10월 말까지 자정안을 요청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업계는 공정위에 연말까지 실태조사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업계는 결국 지난 9일 필수품목 마진 등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검찰과 경찰 역시 공정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회삿돈 150억원을 횡령·배임하고, 가맹점을 탈퇴한 매장 주변에 이른바 ‘보복 출점’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우현 전 MP그룹(미스터피자) 회장은 구속 기소한 상태다.
검찰은 미스터피자에 이어 가맹점주들에게 갑질을 한 혐의로 피자에땅 공재기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등 프랜차이즈 갑질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서고 있다.
경찰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갑질 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달 1일부터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상대로 한 임대·유통업체와 고용주들의 불법행위를 특별단속하고 있다. 단속대상은 가맹점주·납품업자 등을 상대로 한 유통·관리업체의 금품수수, 강요, 이권개입 행위 등이다.

초대 중기부 장관 공석은 언제까지
이 같은 행보에 중소기업계는 문재인 정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을과 약자의 편에 서서 ‘중소기업 대통령’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만 보면 분명 중소기업계에 호재다. 전망대로 여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지원책을 발표하며 ‘공정한 경쟁과 모두가 잘 사는 나라 만들기’에 집중했다.
우선 내년부터 적합업종 해제 품목 중 민생에 영향이 큰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적합업종 사업조정 권고기간 역시 연장하기로 했다. 복합쇼핑몰은 내년부터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제한을 받는다.
판매수수료 공개대상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시 대형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의무 명시, 판매분 매입 금지 등의 유통규제 대책을 통해 중소업체의 권익보호도 강화했다.
또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라 창업기업에 4000억원, 시설투자기업에 2000억원, 자금애로기업에 2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중 70%를 추석 명절 전까지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적극적인 추진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던 중소기업청의 장관급 부처 승격으로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여전히 수장인 장관 인선이 지연되면서 중소기업정책 컨트롤타워가 실종됐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 정책의 쌍두마차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하 중소기업비서관이 손꼽힌다. 그러나 이들 두 자리는 아직까지 공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기부 장관과 중소기업비서관은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하는 만큼 패키지 인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초대 장관으로 강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을 원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만간 중기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중소기업인간의 호프미팅 일정도 미정이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 직전인 지난달 말에 주요 15개 그룹 총수·전문경영인들과 이틀에 걸쳐서 파격적인 호프미팅을 진행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우수 중소기업인들에게 훈장 및 대통령·장관 표창장을 수여하고 격려하기 위해 매년 5월에 진행하던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가 이번에는 조기 대선으로 연기됐지만 새로운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장관 표창장을 수여할 장관 인선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 선임이 늦어지면서 오는 31일까지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 보고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는 이번 업무보고 기간에서는 빠지고 다음달 초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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