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실려 있다.
‘하늘이 준 좋은 기회라고 해도 지리적 이점만 못하고, 지리적 이점이 아무리 좋아도 굳건한 인화만 못하다’는 뜻으로 평화주의자인 맹자의 흔치 않은 전쟁론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는 전쟁의 예를 들었지만, 실제로 맹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조직에 있어서는 인화가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늘이 준 것과 같은 좋은 기회를 잡아도, 그 어떤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정신적으로 단결할 때보다 더 강력할 수는 없다.
그것을 잘 말해주는 구절이 <주역(周易)>에 실려 있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 즉 ‘두사람이 한마음이 되면 그 힘이 쇠도 자를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조직에서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창의와 개성의 시대인 오늘날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실려 있는 고사를 통해 알아보자.
제나라 경공이 신하들을 이끌고 사냥을 나갔다. 재상인 안자가 그 뒤를 따랐고, 신하 양구거도 마차를 몰고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경공이 안자에게 말했다. “양구거만이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 같소.”
그러자 안자가 대답했다. “제가 보기에 두사람 사이에는 ‘같음’만 있을 뿐 ‘어울림’은 없습니다. 양구거는 폐하의 뜻에 무조건 따르기만 할 뿐인데 무엇이 잘 맞는다는 말씀인지요?”
이 얘기를 들은 경공은 의아해 하며 다시 물었다. “같음과 어울림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요?”
그러자 안자가 대답했다.
“잘 어울린다는 것은 양념이 조화를 이뤄야 맛있는 탕을 끓여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싱겁지도 않고, 짜지도 않으면서 적절하게 재료들이 어우러져야 제 맛이 나는 것입니다. 군신관계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군주의 의견이라고 해 무조건 옳고 완전무결할 수가 있겠습니까?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하가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 나라를 평안하게 이끄는 길입니다.”
경공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자는 이어서 말했다.
“양구거가 군주의 뜻을 무조건 받드는 것은 부화뇌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군주의 마음이 기우는 쪽을 먼저 알아차리고 무조건 옳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짠 국물에 계속 소금을 넣는 꼴입니다.”
진정한 인화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하지만 윗사람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편하다면 ‘같음’만 있을 뿐 진정한 ‘어울림’은 없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논어>에는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동화되지 않고, 소인은 쉽게 동화되지만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유명한 말이 실려 있다.
사람들은 흔히 동화되는 것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화합한다는 것이지, 무조건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분위기에 휩쓸려간다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개성을 존중하는 만큼 나의 개성도 뚜렷하게 지켜나가면서 각자의 개성을 조화롭게 합칠 수 있어야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조직을 만드는 것이 군자, 즉 오늘날의 리더가 할 일이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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