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유럽이야]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 엑상프로방스의 메인 도로인 ‘미라보 광장’에 있는 이끼 분수. 따뜻한 물이 나오고 있어 한 겨울에도 양치 식물들이 잘 자란다.

남부 프로방스의 엑상프로방스는 ‘물의 도시’‘분수의 도시’로 불린다. 엑상(Aix)은 고대 라틴어로 ‘물’이란 뜻으로 고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고도다. 풍부한 물은 도시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도심에는 분수가 많고 남부 프랑스의 부유층들이 별장으로 삼는다. 폴 세잔이 태어나 일생을 살다 간 곳이다. 폴 세잔의 막역지우였던 에밀 졸라의 어린 시절 추억도 있는 곳이다.

광천수가 넘쳐나는 물의 도시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의 베이지색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이어지는 골목에 아침 햇살이 스며 들었다. 모양새가 전지를 한 듯, 굵은 가지만 남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가옥의 담장 색을 닮았다. 골목은 깨끗하고 한갓지며 조용하다. 프랑스에서도 부유한 도시로 손꼽히는 첫 느낌이 고급스럽다.
구획없이 발길을 옮긴다. 물의 도시임을 알려주려는 듯이 골목 속에서 돌고래분수를 비롯해 독특한 형태의 분수들을 만난다. 약 160여개가 넘는 분수대 있다고 한다. 그냥 물이 아니다. 로마 시대부터 유명했던 석회 탄산수소염을 함유한 광천수다. 이웃하고 있는 마르세유는 물이 없어서 좋은 입지에서도 발전이 더뎠지만 이 도시는 일찍부터 부유해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로마 때의 섹스티우스 온천(Thermes Sextius)도 남아 있다.
풍요로운 도시는 경제 발전이 빠르다. 13~15세기에는 프로방스 백작 령의 주도였고 프로방스 지방의 상업, 예술, 교육 중심지 역할을 했다. 아직도 도시 골목에는 유서 깊은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12세기 말에 지은, 고딕 스타일의 생장 말트 성당 근처에 그라네(Granet) 미술관이 있다. 1838년에 개관한 이 미술관은 이 지역 출신의 유명 화가 프랑수아 마리우스 그라네(1777~1849)의 이름을 붙였다.
그라네의 작품 뿐 아니라 14~19세기까지 활약한 유명 예술가들의 그림, 조각 등이 전시돼 있는 유명 미술관이다.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 로베르 캉팽(1378~1444), 19세기 신고전주의를 이끈 장 오귀스크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 이외에도 저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다량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미술관에 세잔의 작품이 전시된 것은 살아있을 때가 아니다. 이 미술관 관장 중 한명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세잔 그림을 이 미술관에 들여놓지 않겠다”고 했다. 세잔은 젊어서 이곳에서 모작을 그리며 혼자서 독학을 한 곳이지만 전문가 눈에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었다. 세잔 사후 78년이 지난, 1984년에야 그의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될 수 있었다.

미라보 광장의 폴 세잔의 카페와 동상
미술관 골목을 빠져 나오면 엑상의 메인 도로인 ‘미라보 광장’(Cours Mirabeau)이다. 쭉 뻗은 차도를 중심으로 양 옆에 플라타너스 나무가 길게 이어져 있다. 드골 광장의 커다란 분수(La Rotonde)에서 시작되는 미라보 도로는 원래 마차가 오가던 길이었다. 마차 길은 충분히 넓어서 중앙에 차도를 내고도 양쪽으로 여유로운 보행로를 만들었다. 17~18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런 건물들이 길 양쪽으로 이어지고 중심부분에 15세기의 영화로운 군주였던 앙주의 르네 왕(Roi Rene, 1409~1480) 조각상이 있고 그는 포도를 들고 있다. 르네왕은 프로방스에 머스캣(Muscat) 포도를 가져왔고 엑상에서 71세에 죽었다.
이 거리에서도 이끼 분수(1734년)와 아홉 대포분수(1691년)가 눈길을 끈다. 이끼 분수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있어 한 겨울에도 양치 식물들이 잘 자란다. 아홉 대포 분수는 아홉개의 관이 설치되어 있어 말들이 이곳에서 목을 축였다고 한다. 이끼 폭포 앞에는 폴 세잔이 살아생전 즐겨 찾았다는 카페 ‘레 드 갸르송’(Les Deux Garcons, 1792년)이 있고 광장 끝 즈음에는 그의 동상이 있다.  이 미라보 광장은 세잔의 인생이 거의 녹아 있다고 봐야 한다.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의 자료를 뒤적여 보면 부유한 은행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부유한 은행가 아버지가 있어 그림 그리는데 있어서 당시 다른 화가들에 비해 돈 걱정은 안하고 살았다고 기록돼 있다. 원래 세잔의 아버지 루이-오귀스트 세잔은 모자 가게의 직공이었다. 모자 공장에서 만난 어머니와 동거하면서 세잔과 매리와 로즈를 낳았다. 그래서 사생아다. 모자공장에서 돈을 번 아버지는 나중에 은행을 인수해서 부자가 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세잔의 아이들도 사생아로 태어났다. 생김새은 물론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세잔은 서른살에 책 만드는 공장 직공이었던 열아홉살의 모델 오르탕스 피케와 처음 만난다. 오르탕스와의 사이에 아들을 둔 세잔은 둘을 몰래 숨겨놓고 규칙적으로 들렀다. 부친으로부터 부양비를 지원받아 살아야 했기에 부친이 원치 않는 여자와의 관계를 알릴 수 없었던 것. 결국 아버지가 사망한 해인 1886년에 17년 동안의 동거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한다.

옛스러운 모습이 남아 있는 ‘가스통 드 사포르타’
엑상 프로방스에서 가장 옛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골목은 시청사 쪽에서 시작해 생 소뵈르 성당까지 이어지는 가스통 드 사포르타 거리다. 미라보 광장을 벗어나 서쪽으로 가면 된다. 달베르타스 궁전 앞에도 멋진 분수도 눈길을 끈다. 가스통 거리에 다다를 즈음부터는 1000년도 넘은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골목을 꽉 메우고 있다. 성 탑 같은 시계탑은 구시가로 들어 가는 관문이다.
오래된 건축물들은 궁전, 박물관, 교회, 학교, 상가 등으로 이용하는데, 어떤 특정한 건물을 주목할 필요는 없다. 구도심 전체가 역사 박물관이다. 그중 이 골목의 백미는 중세 고딕 건축물인 화려한 생 소뵈르 대성당이다. 겉으로 봐도 긴 연륜이 뒤섞여 있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성당에는 여러 세기의 중건 흔적들이 뒤섞여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부터 5세기의 세례당,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의 주랑, 12세기의 수도원, 섬세한 부조가 있는 16세기의 목조 문까지, 교회의 건축 양식을 총망라한 건축도감이다. 건축물에 대한 것을 전문가가 소개해준다해도 알 수 없으며 여행객 또한 굳이 알 필요도 없다. 그저 그 건축물에 서리서리 배어 있는 옛 향기를 만끽하면 된다. 이 성당에 폴 세잔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여행정보
교통 정보 :  파리에서 3시간, 리용에서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며, 지중해 TGV로 프랑스 전역뿐만 아니라 유럽(브뤼셀, 제네바 직행, 런던, 암스테르담, 쾰른, 밀라노 환승)까지 연결된다. 또한, 도심에는 ‘마르세유’ ‘가르단’ ‘마노스크’ ‘시스테롱’ 등지를 운행하는 기차역이 있다. (www.gares-en-mouvement.com 참조)

여행 포인트 :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벼룩시장이 열린다. 특히 화·목·토요일 오전에 꽃시장이 열린다.

엑상프로방스 관광청 사이트 주소 : www.aixenprovencetour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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