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삼성 vs 애플

8월23일은 삼성전자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애플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핵심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8’을 공개했기에 그렇다. 잘 알려지다시피 애플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이해서 ‘아이폰 8’을 9월 중에 전격 출시한다고 밝힌 바가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막강한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이보다 앞서 언팩(제품공개)행사를 통해 갤럭시 노트 8을 공개한 것은 맞불 작전을 펼침과 동시에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 통한 시장 선점을 노린 포석이다. 갤럭시 노트 8은 다음달 15일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출시된다.
이번 주 기업 포커스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맞대결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두 글로벌 기업들이 숨 막히는 대결을 앞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말고도 자동차, 노트북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각각의 핵심 시장에서 어떤 공격과 방어를 펼치는지 분석을 해봤다.

스마트폰 : 6.3인치 대화면 극대화
지난 23일에 선보인 갤럭시 노트 8은 삼성전자가 2011년부터 출시한 ‘갤럭시 노트’시리즈의 7번째 제품이다. 매번 삼성전자는 갤럭시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번갈아 출시하면서 새로운 기술 진보와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특히 노트 시리즈가 버전 업그레이드될 때면 경쟁사인 애플도 놀랄 만한 뛰어난 하드웨어적인 기술을 보여줬던 것이다. 이번 갤럭시 노트 8에 대한 공개행사에서도 이러한 기대감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확인됐다.
우선 갤럭시 노트 8은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일에 총력을 다 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역대급 가장 큰 화면인 6.3인치를 장착했는데, 액정을 둘러싸는 베젤(테두리)을 최소화하는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로 시원한 화면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면도기 회사들이 서로 5중 면도날에서 6중, 7중으로 면도날의 개수를 늘리면서 외형적 혁신을 도모하듯이, 스마트폰의 디자인적인 혁신의 정점은 이러한 디스플레이 디자인일 수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대화면’ 디스플레이 경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한손에 꼭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인치를 규격화했었는데,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사용의 편의를 돋보이게 하는 큰 인치의 화면을 선보이면서 애플이 이러한 기술 경쟁에 동참을 하게 만들었기에 그렇다.
갤럭시 노트 8의 6.3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은 이제 스마트폰이 태블릿PC의 영역까지 넘보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인시켜주는 결과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노트 시리즈가 제공하는 S펜은 스마트폰을 하나의 캔버스로 만들어줄 만큼 강력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노트 8의 강점 중에는 세계 최초로 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또한 홍채·지문·얼굴 인식, 유무선 급속 충전 등 갤럭시 고유의 성능도 갖췄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는 음성, 터치, 카메라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빅스비는 애플의 ‘시리’와 대적하는 개인 음성 비서다.
매번 그랬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8을 선보이는 자리는 언제나 경쟁사를 대비해 기술면에서 우위에 있음을 알리는 홍보의 장이 돼 왔다. 선보이는 자리에 경쟁사 최신 제품을 나란히 걸어놓은 데에는 ‘기술적 우위’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부심이 짙게 깔려 있었다.
무대 연출도 애플의 아이폰을 자극하는 식이다. 지난 23일 공개 행사에서도 아이폰7 플러스와 갤럭시 노트 8의 카메라 성능을 직접 비교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구체적으로는 달리는 배와 자동차 안에서 찍은 인물 사진을 비교해서 아이폰은 흔들리고, 노트는 깨끗하게 담아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다소 자극적인 프리젠테이션일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노트 8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지난해 연말 갤럭시 노트 7의 배터리 발화 사태 이후 열리는 첫 대형 이벤트인 만큼 신제품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노트 8이 실패하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은 다시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칼을 갈고 나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동차 : 스마트 카 기술개발에서 접전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자동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애플의 경우에는 몇년 전부터 어마어마한 투자금으로 자동차 자율주행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미국 하만을 지렛대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는데, 삼성전자는 자동차 부품사업을 스마트폰과 같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기술력을 활용한 ‘스마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중심으로 끌어갈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이어지는 2차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기업이 기선제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애플이 이 분야에 있어 선도적인 기업이라면 삼성전자는 뒤늦게 뛰어든 후발기업일 것이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지난 2014년부터 애플이 자율주행기술 등의 R&D 투자를 시행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앞서 갔었다. 자동차까지 영역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애플 서비스의 사용자들을 스마트폰, 태블릿 PC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넓히기 위한 것이었다. 자동차 문에서부터 디스플레이, 센서 그리고 자동차 바퀴까지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애플은 오랜 연구개발 이후 사업 단계에 접어들면서 스마트 자동차 사업에 대한 여러 장벽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완제품을 개발하려던 당초 계획에서 자동차 운영체제 등 SW 개발로 축소해서 사업 방향의 가닥을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자동차 관련사업의 규모를 이전보다 대폭 축소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인수한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하드웨어 경쟁력을 지렛대로 후발기업의 약점을 보안했고, 하만의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성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자율주행 등 차세대 핵심 기술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의 유기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진다면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서 리더로 올라설 수도 있어 보인다. 지금 애플이 주춤거리며 자동차 사업의 비상등을 켜고 있는 상황이 삼성전자에게는 기회라는 것이다.

노트북 : 애플은 사업 축소 가속화
애플은 프리미엄 노트북 ‘맥북’ 시리즈 사업도 축소하고 있다. PC사업보다는 스마트폰 사업에 주력하면서 PC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기에 그렇다. 이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고가의 노트북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애플의 맥북 시리즈는 프리미엄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베스트셀러였다고 할 수 있다. 매번 선보이는 신제품에는 최신 기술력을 탑재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올해 새롭게 출시될 맥북 시리즈에 인텔의 8세대 CPU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맥북의 위상에 금이 가기도 했다. 맥북이 이렇게 신기술 적용이 늦는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CPU에 대해 약간의 모니터링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완벽주의’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출시하는 신제품 ‘노트북 9’ 시리즈에 8세대 CPU를 넣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기술변화에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적용하는 데에 도가 텄다. 이건 소비자들이 원하는 니즈(새 제품에는 최신 기술 적용)를 노트북 사업에 우선순위로 두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애플은 점차 PC사업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북 시리즈에서 손을 떼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더 집중하는 일이 장기적인 애플의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이라는 게 현재 경영철학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PC사업의 매출은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10%나 차지한다. 한마디로 너무 빨리 PC사업을 축소하다가는 캐시카우를 쉽게 삼성전자에 뺏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노트북 사업에서 이미 수직계열화를 실현했기 때문에 애플과 견주면 모든 면에서 앞서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의 계열사를 통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부품을 수급할 수 있다. 아직 삼성전자는 세계 PC시장에서 점유율이 7위 정도다. 애플은 4위 정도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애플의 고가 노트북 라인의 시장을 빼앗아 온다면, 시장 3위에 입성하는 것도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렇듯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스마트폰, 자동차, 노트북 사업에서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매번 발표하는 신제품, 매번 적용하는 기술력 하나하나가 두 회사의 미래 10년을 만들 것이다. 언제나 글로벌 기업 간의 대결은 흥미진진한 구성이 있어 보인다. 

- 굴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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