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등 한미 대표단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 통상 당국이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청을 논의하는 첫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미국은 대 한국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한국은 한·미 FTA가 무역적자의 원인이 아니며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한·미 실무 대표단 입장차 ‘팽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했다. 오전 8시께 시작된 회의는 8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양국 통상 사령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먼저 영상회의에서 30분 가량 각자 입장을 설명했다.
이후 산업부 유명희 FTA 교섭관이 제이미어슨 그리어 USTR 비서실장과 마이클 비먼 대표보가 이끄는 USTR 대표단과 고위급 실무회의를 했다. 양국은 각각 약 10명으로 협상단을 구성했다.
미국 측은 이날 특별회기에서 한미 FTA 협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우선 미국은 자동차·철강·정보통신(IT) 분야에서 한·미 교역이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동차와 원산지 검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정문의 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 같은 요인 등으로 발생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미국 측의 요구였다.
이에 한국은 FTA의 상호 호혜적 측면을 강조하며 먼저 FTA의 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에 줄곧 FTA 효과에 대한 공동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내부에서도 한·미 FTA는 양국의 이익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가 아니었다면 지난 2015년 기준 상품무역 적자가 283억달러에서 440억달러로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김현종 “공동조사 없인 개정 없다”
미국 측이 말하는 상품무역 적자도 착시효과가 크다. 한·미 FTA 체결 이후 늘어난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 중 80% 가량이 자동차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이 한국 제너럴모터스(GM)의 북미 수출 물량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자국에 수출한 물량을 빼면 미국의 무역적자도 크지 않았던 것이다.
또 미국은 상품교역에서는 손해를 봤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대한국 서비스무역 흑자는 107억달러로 2011년 대비 5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품수지 적자는 127% 늘었다.
또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은 2.6%에서 3.2%로 0.6%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8.5%에서 10.6%로 2.1%포인트 상승했다.
어느 한쪽도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회의 분위기가 고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점심식사를 위해 한차례 정회했지만, 오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양국은 다음 회의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회의를 끝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대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FTA가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객관적 통계와 논리로 적극 설명했다”며 “또 우리 측은 먼저 양국 전문가들이 한미 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조사·분석·평가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조사라는 게 컨센서스인데, 이 컨센서스가 없으면 개정협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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