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한국·중국 수교 후 교역량은 33배로 커졌고, 무역뿐 아니라 투자·유학·관광 등 분야에서도 두나라는 서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파트너’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양국 경제 성장률 둔화 및 정치·경제 갈등, 중국 산업구조 변화 등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한·중 경제관계는 수교 이래 가장 변화가 큰 ‘역사적 변곡점’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년간 교역량 33배↑…연 15%씩 ‘쑥쑥’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2년 수교 당시 63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던 한·중 교역량은 2016년 33배인 2114억달러로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15.7%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같은 기간 한국·일본, 한국·미국 간 교역량이 각각 2.3배, 3배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중 간 교역 성장 속도는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 결과 2003년부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 1 수출대상국이 됐고, 한국 역시 중국 입장에서 4대 수출 상대국으로서 자리 잡았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수교 연도인 1992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지속해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국 무역수지는 375억달러(약 42조8000억원) 흑자로, 한국의 전체 무역흑자 892억달러(101조8000억원) 가운데 42%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도 커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00년 10.7%에 불과하던 대중 수출 의존도가 지난해 25.1%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의 한국 수출 의존도는 4.5%로 동일했다.
25년 동안 대중국 수출품목 순위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1992년에는 철강판(4억달러)과 합성수지(3억달러), 선재봉강 및 철근(2억달러)이 수출 품목 1∼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반도체(242억달러)와 평판 디스플레이 및 센서(186억달러), 무선통신기기(63억달러) 등 정보기술(IT) 제품으로 순위가 바뀌었다.
수출 상위 품목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한국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의 경우 같은 기간 1000만달러(약 114억원)에서 8000만달러(약 909억원)로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많이 찾는 화장품도 1992년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다가 지난해 수출액이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로 크게 늘었다.
투자 분야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47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홍콩(871억8000만달러), 싱가포르(61억8000만달러)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중국 투자를 세번째로 많이 한다는 얘기다.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을 오간 양 국민 수는 1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수는 795만명(유커는 695만명)으로 방한 외국인 중 1위(46.8%)였고, 중국으로 향한 내국인 역시 365만명이나 됐다. 1992년 양국 인적 교류가 9만명이 채 안되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20배 증가한 셈이다. 당시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4만5000명, 중국을 찾은 한국인 수는 4만3000명이었다.
한·중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과 유학생도 급증했다. 중국 국적의 체류 외국인 수는 같은 기간 3만4000명에서 102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중국인 유학생도 17명에서 4만7000명으로 급증해 국내 캠퍼스에서 중국어를 쓰는  유학생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게 됐다.

교역·투자 증가세 지속여부는 미지수
이처럼 1992년 수교 후 비약적으로 성장해 온 한·중 간 교역·투자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양국 경제 성장률 둔화 및 정치·경제 갈등, 중국 산업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중 수교 25주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교역의 경우 향후 5년간(2017~2022년) 한국의 대중국 교역 증가율은 연평균 5.7%로 과거 10년 평균 증가율인 7.0%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한·중 간 서비스교역도 앞으로 연평균 10% 내외 증가율에 그쳐 과거 16년(2001~2016년)간 연평균 증가율 13.9%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교역은 1998년 27억달러에서 2016년 369억달러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양국 간 투자와 인적 교류 증가세도 주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양국 갈등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중국 투자 및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각각 46.3%, 32.3%씩 줄었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방한 중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41.0%나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대중국 수출 구조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됐다.
양국 교역과 투자는 그간 중국의 투자 주도 성장 정책에 따라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질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산업구조가 변하고 있고, 경제 성장 기조도 소비·서비스 중심으로 급변하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한·중 경제, 보완→경쟁관계로 변모중
실제로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함께 최근에는 두나라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수출구조가 유사할수록 지수가 100에 가까움)는 1998년 37.9로 비교적 낮았지만, 2015년에는 44.8까지 높아졌다. 특히 특히 디스플레이(93.6), 반도체(64.3), 무선통신(62.4) 등 한국 주력산업 분야에서는 중국과 경쟁이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수교 이후 중국의 산업·무역구조가 경공업·원자재 단순가공에서 가공도가 높은 조립제품·부품소재 부문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중 산업경제관계가 수직적 보완관계에서 수평적 분업·경쟁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기능·성능·디자인 등에서 국산제품을 차별화하고 양국 투자 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성장 속도는 위협적이다. 지난 10년간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한국 업체는 3개만 추가된 반면, 중국은 83개나 새로 진입했다. 이 밖에도 2009년 이미 특허 출원 수에서 한국을 따라잡았고, 2015년 기준 한국의 약 두배 이상인 3만건의 특허를 냈다. 양국의 기술격차 역시 2015년 현재 3.3년에 불과하다.
박진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양국 무역은 큰 틀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며 “기존 중간재 중심 가공무역 일변도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소비재 수출 비중을 늘리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한·중 교역이 큰 전환점을 맞는 만큼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진입 장벽이 낮고 수요가 많은 생활서비스 분야 진출 △중국 내수시장 진입 관련 현지 시장 맞춤형 상품 개발 △콘텐츠 수출 확대 및 중국 창업 인프라 적극 활용 △과거 우호적 관계에만 의존한 비즈니스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제도 및 규제에 입각한 선진 경영기법 도입 등을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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