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세계의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이 지난달 24일 정식 개장했습니다.
경기도 하남에 이어 신세계의 두번째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가 고양에 열린 셈이었죠. 스타필드 고양은 어마어마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매장면적만 13만5500㎡에다가 동시에 4500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강북 최대 쇼핑몰입니다.
스타필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날 미소가 만개해도 지나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픈식 행사장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정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스타필드 고양 오픈식 인사말에서 갑자기 부천 신세계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 그는 “지역 단체장끼리의 갈등이 해소돼야 들어갈 수 있다”며 “기다리라면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천 신세계는 2015년 10월부터 시작된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천 신세계는 줄곧 난항을 겪게 됩니다. 우선 인근 지역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이유로 반발을 하면서 진척이 되지 못했죠.
부천 신세계를 반대한 또 다른 한 축은 인천시청이었습니다. 부천시와 인접한 곳에 대규모 신세계 유통망이 펼쳐지면 인천 지역 상권도 붕괴된다는 이유에서였죠. 신세계의 신규 백화점이 들어서려고 했던 부지는 부천 상동입니다. 이와 인접한 곳이 바로 인천시 부평·계양이었죠. 인천시와 부천시 사이에 낀 신세계그룹은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지자, 묘안을 내려고 했습니다.
우선 기존에 부천시에 제시했던 대형 할인매장과 복합쇼핑몰을 취소하고 백화점만 짓겠다는 거였죠. 한발 물러선 겁니다. 형태와 규모의 정도를 떠나서 어찌됐든 신세계 입장에선 부천에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유통사업의 핵심은 부동산 사업에서의 경쟁처럼 좋은 입지를 선점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었죠.
지난 6월 무렵 부천시도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부천 신세계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했죠. 사실 부천시와 인천시가 갈등이 심해진 것은 단순히 인접한 각자의 지역 상권이 충돌해서는 아닙니다. 인천시는 최근 청라지역에 신세계의 종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의 개발 허가를 내줬죠. 부천시 입장에서는 인천시가 자기네 지역에 신세계 출점을 반대하면서 자신들의 지역엔 스타필드를 유치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보기 드문 지자체간의 신경전이 벌어진 겁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부천시가 제시한 8월30일 백화점 토지매매계약서를 만지작거렸던 거죠. 신세계는 부천시와의 토지매매 계약을 네차례나 미뤘습니다. 8월30일은 사실상 최후통첩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용진 부회장은 부천시에 백화점 설립을 단행하게 되면 인천시와의 관계도 알쏭달쏭해질 상황이었던 겁니다. 스타필드 고양 오픈식에서 “지역 단체장끼리의 갈등이 해소돼야 들어갈 수 있다”고 호소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던 거죠.
결국 신세계그룹은 부천시가 제시한 기한을 넘기게 된 거죠. 부천시와 신세계가 추진한 사업이 2년만에 무산된 겁니다. 어떻게 따지고 보면, 인천시가 신세계를 입도선매하면서 경기도 서부권의 상권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드높이려고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스타필드를 유치하게 되면 그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물론 관광객 수요도 증폭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아마도 앞으로 대형유통 대기업과 지자체 간의 역학관계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 될 겁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