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개인들의 소비지출이 늘어난데 힘입어 지난 2분기 3.0%의 ‘깜짝 성장’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계획과 올 12월 기준금리 인상 행보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다만 강력한 열대폭풍을 몰고온 허리케인 ‘하비’의 물폭탄 충격은 3분기 미국 성장률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완연한 경기회복세 과시
미국 상무부는 올 2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3.0%(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7월에 발표한 2분기 잠정치(2.6%)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미 경제전문가 예상치(2.8%)를 모두 넘어섰다.
특히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개인들의 소비지출이 늘어난데 따라 3.3% 증가세를 기록해 지난 1분기(1.9%)보다 개선된 점이 성장률 상승세에 기여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가량을 개인소비지출이 떠받치고 있다.
로버트 니블록 로우스 CEO는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가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향상을 견인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아울러 기업 장비투자가 8.8% 증가해 2015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 같은 기업 투자의 개선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방증이다. 2분기 잠정치 발표 때는 8.2%를 기록했다.
2분기 지표에서 정부 지출과 건설투자는 감소했다. 연방정부가 국방비 지출을 늘렸지만 비국방 지출과 지방정부의 지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정부 지출은 0.3%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6.5%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과감한 세제개혁과 규제완화로 미국 성장률을 연간 3% 이상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아직까지 트럼프노믹스의 구체적인 정책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기 성장률 3%를 찍은 건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월가는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적표를 감안할 때 미 연준이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을 축소하기 위한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할 개연성이 높다.

‘하비’로 정유시설 16% 폐쇄
다만 허리케인 하비가 단기적으로 3분기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준의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씨티그룹도 하비가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가량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엑손모빌의 베이타운 정유시설, 로열더치셸의 휴스턴 정유시설 등 미 정유시설의 16.5%가 폐쇄됐으며 미국의 일평균 정유량은 1800만배럴에서 15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석유 부산물로 생필품의 원료를 만드는 석유화학 공장들마저 가동을 멈춰 미 제조업계 전반으로 생산 차질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 석유화학시장 정보제공 업체인 ICIS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만드는 에틸렌 생산량이 지난달 21일 이후 37% 급감했다.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의 케빈 매카시 애널리스트는 “언제쯤 다시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이 시작될지 모르겠다”며 “몇주에서 몇달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12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월가의 시각이 다소 엇갈린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살아있지만 허리케인 하비의 기록적인 폭우 피해로 미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주춤한 점도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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