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측이 근로자들에게 3년치 4223억원의 밀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기아차 노동조합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노조 측이 주장한 근로 시간 수 가운데 일부는 인정하지 않았고, 휴일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가산 수당 및 특근수당 추가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낸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97억원 등 총 4223억원을 인정했다. 이는 노조 측이 청구한 1조926억원의 38.7%에 해당한다.

경제계, 일제히 ‘우려’ 표명
이번 판결에 대해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경제계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법원 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 임금 범위가 확대돼 이중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또 “완성차 업체에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협력업체로 전가할 수 있는 만큼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면서 “특히 자동차부품산업의 근간 업종인 도금, 도장, 열처리 등 뿌리 산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중기중앙회는 “향후 명확한 통상임금 입법과 함께 법률의 형평성을 위해 정기상여금이나 식대 등은 포함되지 않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통상임금에 맞춰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박병원)도 이날 판결 후 “이번 판결은 기존의 노사 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 주장은 받아들이면서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노사 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특히 “부담이 해당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은 수많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제조업 경쟁력에 미칠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현재 대법원에 통상임금 신의칙과 관련한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만큼, 대법원이 신의칙에 대한 예측 가능한 합리적 판단 기준을 신속히 제시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중소 자동차부품업체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사장 신달석)은 1심 판결을 앞둔 이달 초 호소문을 내고 “기아차가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부품 협력업체 대금결제 등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중소 부품 협력업체는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지원대책 마련 나서
이번 판결과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불필요한 노사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 지도를 강화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장관 주재로 자동차업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어려움이 예상되는 자동차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자동차업계 현안을 살펴보면서 현장의 애로 사항을 청취한다.
아울러 자동차업계 위기 극복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중장기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책에는 자동차산업 지원을 위한 방안과 부품 업체 지원책 등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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