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전국 2500개가 넘는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 GS칼텍스는 지난 5월18일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창립 기념식에서 “내실있는 100년 기업을 만든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힘찬 미래를 만들자”고 말하며 내실 있는 경영을 강조했습니다. 이제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 2의 도약대에 올라선 겁니다.
세계적으로 100년이 넘는 기업은 흔치 않습니다. 기업의 수명은 대략 30년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됩니다. 기업을 오랫동안 수성(守成)하는 것이 창업(創業)을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지요.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50년 수성을 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100년을 내다보는 GS칼텍스의 50년은 그러한 점에서 상당히 칭찬 받을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50주년의 축하 촛불을 밝힌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허진수 회장이 상당히 머쓱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허 회장은 올해 여수공장을 수차례 방문했습니다. 방문 목적은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를 주러 간 거였죠.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사고 건수가 급증해 8월 초부터 9월5일까지 세번이나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사고 건수가 심각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중에는 여수공장 정기점검을 진행하면서 탈황공정설비에서 소량의 가스가 새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도 포함합니다. 가스유출을 정기점검하는 과정에서 체크한 것이긴 하지만 일상적인 안전관리에 조금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겁니다.
8월에 일어난 사고 배경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GS칼텍스의 여수공장은 에너지 사업에 있어 중추신경과 같은 핵심 시설입니다.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주의가 요망되는 물질을 다루고 초고압가스·특수반응설비가 포함된 곳이기에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입이 아픈데요. 8월에만 두건의 화재가 발생했다는 건 안전관리에 있어 GS칼텍스의 오점이 남는 순간이었죠.
허진수 회장이 이토록 안전경영을 부르짖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원래 중화학 공단이 밀집한 곳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커질 수 있기에 조심스럽죠. 그래서인지 허 회장은 2014년 여수에서 기름유출사고를 겪은 뒤에는 대표이사 직속체제로 최고안전책임자 자리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죠.
허 회장은 지난해 연말 회장으로 승진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경영행보로 여수공장을 방문해 사업장 안전을 강조했습니다. 50주년 행사가 있던 5월에도 여수공장을 직접 찾아 “안전경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당부했었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경영자의 수없는 강조 메시지가 작업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 GS그룹은 허창수 회장 체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14년째 총수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허씨 가문의 셋째인 허진수 회장은 장남 허창수 그룹 회장의 동생입니다. 둘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넷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막내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등 총 5형제가 GS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게 된다면 다음 후계구도에서 허진수 회장이 유력합니다. GS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GS칼텍스를 맡고 있는 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그룹의 회장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영능력에 대한 확실한 숫자를 보여줘야 합니다. 외부환경도 허 회장에게 유리한 편이죠. 저유가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허 회장은 GS칼텍스의 새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회장 직속 팀을 만들어 여러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그렇지만, GS칼텍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경영에 누수가 생긴다면, 허 회장에게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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