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안보 관련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실시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한국경제에 단골 메뉴인 북핵 리스크를 다시 불거지게 만들었다. 더욱이 추가적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 기조에 변화가 발생되고 이로 인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도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핵실험은 같은 날 오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 시사 발언과 함께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중소기업뉴스>가 북한 핵실험을 기점으로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 변수들을 조망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미국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등 한국경제를 둘러싼 리스크 요인이 커지고 있어 올해 3% 성장에 못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 수준으로 처져 있는 상태다. 지난 1분기 ‘깜짝 성장’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2분기 들어 회복 신호가 약해지면서 성장폭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경기 개선 추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경기 개선 추세가 다소 약화하는 모습”이라며 “반도체 산업 중심 설비투자 개선 추세는 유지되고 있으나 여타 부문은 수요 증가세 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연속으로 0.77%의 성장률을 기록하면 정부가 제시한 연간 3.0%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대외변수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목표치 달성에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새 정부 리스크 관리 비상
북한 6차 핵실험에 따라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설치에 명분이 실리면서 이에 따른 중국의 보복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증가, 고용·소비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 등도 산재한 상황에서 대외적인 악재가 또 겹치면서 새 정부의 리스크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제 주체들의 불안이 커지면 기업들의 투자와 민간 소비가 모두 위축돼 새 정부의 수요 중심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핵실험이 계속될수록 한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한국의 신용 위험이 상승해 온 점에 비춰보면 당장 다음 주부터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4일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0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1bp 상승했다. 이는 2016년 2월 25일(71bp) 이래 최고로 지난 8월 7일 57bp에서 1주일 만에 13bp나 껑충 뛴 것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통상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대북 리스크는 중요한 변수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위협 이후 “금융·외환시장 영향이 과거와 달리 글로벌 불안으로 일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 부총리는 “작은 충격에도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초 “북핵 리스크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큰 관심”이라며 일회성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불확실성 심화될까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엄포’일 가능성도 있지만 폐기라는 용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불안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거기에 몇시간 사이를 두고 북한 6차 핵실험이 더해지면서 한국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경제는 고용시장의 개선이 빠른 시일에 나아질 기미가 없고 소비 역시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새 정부가 올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데 이어 내년에도 총지출 증가율 규모를 9년 만에 최대로 올려잡으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아직 효과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될 경우 소득을 늘려 내수를 살린다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의 핵심 주체들이 미래에 불안을 느낄 경우 소득이나 이윤이 늘어도 소비·투자하지 않고 쌓아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 한·미 FTA 재협상으로 새 정부 경제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실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불확실성의 증폭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증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위험성으로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북한의 과거 핵실험 사례를 고려해 6차 핵실험으로 코스피가 최대 50~100포인트가량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핵실험은 전쟁 위험 증대에 따른 기대수익률 악화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외국인 수급 이탈로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번에도 코스피는 50~100포인트 정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강한 경계론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7월 초 이후 북한의 행동은 횟수나 강도 측면에서 과거 수준을 뛰어넘고 미국과 일본 정부의 대응 강도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민감도도 높다”며 “북한 위험이 6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 실적 개선 속 주가 조정으로 국내 증시의 가치평가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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