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카카오뱅크의 저력

“카카오뱅크 때문에 전체 신용대출이 늘어났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멘트가 금융당국이 매달 발표하는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나왔습니다. 신용대출의 원인으로 ‘카카오뱅크의 영업 본격화’를 꼽았기 때문이지요. 카카오뱅크가 공시적인 정부기관의 금융 보고서에 데뷔를 한 겁니다. 사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규모와 우대금리의 효과가 시중의 대형은행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기는 합니다. 그래도 카카오뱅크의 등장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모니터링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겠지요.
자, 도대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길래 그럴까요.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27일에 영업을 가동합니다.
8월 한달 간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빅뱅’으로 불릴 만큼 화제였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간편한 사용법과 우대금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8월 신용대출 규모가 무려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6, 7월 일반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규모가 1조8000억원이었습니다. 카뱅이 확실히 선전을 하긴 했네요.
카카오뱅크의 선전으로 다른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도 인하를 조금씩 실시했습니다. 놀라운 변화는 시중은행들의 기타대출 가운데 신용대출 부문의 증가가 지난 7월 1조1000억원에서, 카뱅이 활약한 8월에 3조원으로 올라섰다는 겁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고 합니다.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면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일을 말하는 거죠. 고래(시중 은행)를 움직이게 한 메기(카뱅)라고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카뱅의 저력은 8월 한시적이었습니다. 9월 이후는 조금 사그라들고 있죠.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우대금리 상품을 축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부가 카뱅을 보고서에 언급한 것은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8월의 대출규모가 모두 3조4000억원이었습니다. 역대 최대치라고 합니다. 현재 정부는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핀테크 활성화도 좋지만, 신용대출 증대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카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겁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카뱅의 원래 목적은 소비자 입장에서 손쉬운 대출이 아닙니다. 카뱅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의 IT혁신에 자극제가 되길 바랬던 겁니다. 지금 전 세계는 핀테크 돌풍입니다. IT생활과 거리가 멀 거 같은 중국마저도 알리페이 결제가 보편화돼 있어서 현금을 들고 다니는 중국인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진짜 이슈는 신용대출 증대 효과가 아니란 겁니다. 어떻게 금융권 IT혁신의 메기효과를 낼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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