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는 요즘 신제품 ‘V30’에 모든 걸 걸고 있습니다. 물론 매번 LG전자는 프리미엄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죠. 이번 V30은 좀 다릅니다.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보자면, LG전자 스마트폰 라인 중에 ‘역대급’입니다. 여기에 가격경쟁력도 갖췄다고 합니다. 남은 건 시장의 반응이겠지요.
출고가 90만원대 V30은 경쟁모델 갤럭시노트 8보다도 최대 15만원 저렴합니다. 물론 LG전자는 매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일 때마다 삼성전자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죠. 업계 후발주자로 아무리 기술력과 디자인이 비등비등해도 추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격이라도 무기 삼지 않으면 말이죠.
조준호 MC사업본부장 겸 사장은 V30으로 재기를 해야 합니다. 조 사장은 2015년부터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5종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놨지만 성과 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9분기 연속 적자입니다. 그래서 V30은 조 사장의 5전6기 작품입니다.
그런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수상합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업에 재도전하면서, LG전자가 미국시장은 물론 전 세계시장에서 어떤 악영향을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제조(HW) 시장과 운영체제(OS) 시장으로 양분돼 있습니다. 구글은 운영체제 시장의 최강자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합니다. 애플의 경우 자체 운영체제인 IOS를 탑재하고 있고, 중국 포스콘 제조공장에 하청을 주면서 직접 스마트폰을 제조합니다.
LG전자는 구글의 최대 고객사 중 한곳입니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을 팔지만, 삼성전자는 자체 OS를 개발했고, 그 쓰임을 자꾸 늘리려고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구글 입장에서는 LG전자, 대만 HTC 등 제조능력이 뛰어난 선진 제조기업이 필요합니다. HTC 보다 LG전자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더 높습니다. 그동안 구글과 LG전자는 사이좋은 파트너 관계였죠.
이 와중에 삼성전자가 제조에서 OS로 영역을 넓히듯이 구글이 OS에서 제조로 혁신을 도모하는 겁니다. 구글이 제조에 있어 LG전자와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 좋겠지만, 구글의 선택은 지금 대만의 HTC입니다. 구글이 대만의 HTC의 스마트폰 사업부분을 아예 인수하려고 합니다. 지금 최종 논의 단계까지 갔습니다.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는 꾸준히 애플 아이폰의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매진해 왔습니다. 사실 LG전자는 처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때 MS(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았습니다. 2010년전 이야기입니다. 뒤늦게 시장의 패러다임을 깨달은 LG전자는 2011년부터 안드로이폰 제작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 사이 구글은 HTC와 손을 잡고 구글이 자체 설계한 ‘넥서스’와 이번에 출시한 ‘픽셀’을 위탁생산해 왔습니다.
구글과 HTC의 합작 스마트폰의 타깃은 미국시장이 될 공산이 큽니다. 미국시장에서 구글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미국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해서 다른 해외시장 전략까지 제대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미국 스마트폰 제조부분에서도 구글의 입지는 대단합니다. 2011년 일입니다. HTC와 공동제작한 픽셀이 애플,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습니다.
LG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사업 파트너인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하면 할수록 LG전자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를 줄 수밖에 없겠지요. LG전자는 9분기 연속 적자를 털고 흑자 턴어라운드를 달려야 합니다. 매번 LG전자를 두고 “이번이 마지막 승부수”라고 언론과 전문가가 분석합니다. 어쩌면, 올해 연말이 LG전자의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이미 그렇게 시장판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생결단의 칼을 뽑아야 할 겁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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