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일감 독식, 알짜배당 챙기기에 제격…지분 많은 오너에겐‘ 황금알 거위’

요즘 재계의 상황을 두루 들여다보면 조금 사정이 딱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거센 상황이고, 대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재벌 개혁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에 그렇다. 요즘 재계는 정부가 쏟아내는 수많은 미션들에 대한 판단을 하고 전략을 수립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결국 일자리는 기업이 자발적 참여를 해야 가능하다. 거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법인세 인상 등의 난제도 풀어야 한다.
가장 큰 난제는 아마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차디찬 칼날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재계의 이곳저곳을 겨누고 있다는 점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이 공식적으로 공정위가 밝힌 타깃인데 대략 5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공정위가 주목하는 점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편법일 것이다. 결국 계열사들의 덩치를 살찌우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하는 재벌에 대한 감시가 본격화되는 와중이다.

코오롱베니트와 이웅렬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주 기업 포커스는 재계 32위인 코오롱그룹에 대한 최근 동향과 이슈에 대해 조금 자세히 분석해 봤다. 코오롱그룹을 거론하는 이유는 최근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에서 출발한다. 코오롱의 계열사 직원들이 고가장비 유통과정에서 친인척 등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수십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된 적이 있다. 불과 2, 3달 전의 일이다.
코오롱의 계열사는 코오롱베니트를 이야기 하는데, 이곳의 스토리지 사업 부장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대용량 저장장치인 스토리지 제품 유통과정에서 친동생이 운영하는 유통업체를 포함 네곳을 중간 유통업체로 선정해 준 대가로 19억8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였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일개 개인의 일탈일 수 있다. 그런데 코오롱베니트는 개인의 일탈만 일어나는 곳이 아닐 수도 있다. 코오롱베니트는 흔히 말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로, 전체 코오롱그룹 계열사의 보안과 효율적인 전산 관리를 담당하는 곳이다. 보통 대기업 정도의 덩치가 되면 SI업체를 누구나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바로 SI그룹이 갖는 실체다.  
지난 1999년에 코오롱베니트가 설립됐다. 창업 초창기에 이 회사는 실적이 별로여서 매년 영업이익 적자가 이어져 2006년까지 손실만 내는 곳이었다. 주목할 해가 바로 2007년이다. 이후 코오롱베니트는 흑자 행보를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쌓인 수백억원의 손실을 2010년에 모두 갚을 정도로 승승장구한다.
이러한 변화의 발판은 코오롱그룹의 오너인 이웅렬 회장이 복귀하고 지주회사 코오롱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 코오롱베니트는 외국계 자본이 70%였었다. 그러다 이제 지분을 코오롱으로 조금씩 조금씩 넘기면서 완전한 그룹의 SI계열사로 둔갑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지분 정리와 코오롱베니트에 대한 오너의 장악력이 2010년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코오롱베니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 평균 3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영업이익이 무려 110억원이 넘게 된다. 2012년은 어땠을까? 코오롱베니트의 전체 매출은 853억원이었다. 놀라운 점프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배당금이다. 이웅렬 회장은 지분을 5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배당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는데, 2016년까지 3년간 배당이 총 29억4000만원이 나갔고 이 가운데 14억4000만원 가량이 이웅렬 회장에게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SI업체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나 알짜 배당 챙기기는 불문율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SI업체의 일이라는 게 계열사의 전산 관리를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의 100%가 자기 회사들이다. SI 업무를 자기 계열사를 통해 하는 것 자체는 업의 특성상 불법은 아니지만, 이렇듯 그 안에는 알게 모르게 여러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코오롱환경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
코오롱환경서비스도 주목할 곳이다. 2002년에 설립한 환경벤처 전문기업인데,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의 100% 자회사로 출발한다. 당시만 해도 코오롱그룹은 새로운 코오롱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해 여러 준비를 많이 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코오롱환경서비스를 설립하고 그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해 코오롱건설이 폐기물처리시설과 하수처리장 등의 환경기초시설을 지으면 그것의 운영을 전담시키는 식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코오롱환경서비스 매출의 절반을 코오롱건설이 책임지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폐기물 소각·슬러지 건조 등 자원화 사업을 비롯해 태양광·지열 등의 신재생 사업, 정수·하폐수 등의 수처리 사업을 하는 지금도 코오롱건설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코오롱환경서비스의 실적을 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성장을 하면서 2015년 10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2005년 이 회사의 매출은 109억원이었다. 무려 10배 성장을 10년만에 이뤄낸 것도 대단해 보인다. 이웅렬 회장은 2006년에 이 회사의 주주로 등장한다. 그룹 오너가 주주로 오른 이후의 매출 추이가 참으로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지난해부터 코오롱환경서비스와 코오롱그룹간의 내부거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계열매출이 182억원으로 감소했는데, 이것때문인지 몰라도 지난해 매출은 925억원으로 2015년대비 약 106억원이나 떨어졌다. 내부거래를 줄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의중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이 회사에서도 이웅렬 회장은 2012년부터 배당을 받고 있고 그 금액은 14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내부거래 줄이고, 물적분할하고…
그간 오너들은 대기업의 수많은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경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와 주주 행사를 통한 배당금 확보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다 재벌 개혁의 움직임이 2015년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일부 그룹의 오너 일가는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거나,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축소하는 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앞서 코오롱환경서비스가 내부거래를 지난해부터 줄이기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엠오디라는 코오롱그룹의 골프장 및 리조트 운영전문기업도 계열 의존도를 지난해 갑자기 다이어트하기 시작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40%가 계열사였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도 33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해 매출은 187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한해 사이에 매출이 반토막 난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계열매출에서 이유가 있다. 지난해 계열매출은 24억원이었다. 계열사와의 연결고리를 거의 끊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웅렬 회장이 현재 지분을 소유 중인 계열사는 지주회사 코오롱 이외에도 10곳이 넘는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상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했을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재벌들의 지분 정리 및 내부거래 축소도 자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감 몰아주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엠오디의 경우 물적분할을 통해 간접적으로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총수 일가가 간접적인 지배구조에 있는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은 아니다. 이렇듯이 재계의 다양한 사업지배 구조 개편은 이미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정신없이 이뤄질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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