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13차 한중 통상점검 TF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가 다음달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이사회 등 모든 채널을 통해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만인 지난 14일 청와대가 “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한·중간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라 중국과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TO 제소는 사실상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靑, 정부 통상전략 하루만에 뒤집어
앞서 지난 13일 정부는 ‘제13차 한중통상점검 TF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이후 대중 통상 동향, 사드 관련 중국의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 중국 현지 진출 및 수출 기업을 위한 범부처 피해지원 이행상황, 추가 지원대책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 한국무역협회, 코트라 등 관련 기관이 참석했다.
정부는 유통과 관광 분야 등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조치 해소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꾸준히 설득하기로 했다. 그동안 활용한 각종 고위급 회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행기구, WTO를 포함해 앞으로 모든 계기에 중국에 조치 해소를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부는 중국 당국에 항의 서한을 재차 발송하고 오는 10월 예정된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유통·관광 분야에 대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과 6월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도 문제를 공식 제기한 바 있다.
국제규범 위반 소지가 있는 조치들에 대해서는 WTO 제소 등 통상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산업부는 3월 복수의 법무법인으로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이 WTO ‘최혜국대우’ 규정 위반이며 이를 제소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자문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에 대한 WTO 제소에 대해 “카드라는 것은 일단 쓰면 카드가 아니다”라며 “제소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는 옵션으로 항상 갖고 있지만 어떤 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WTO 제소와 관련해서는 여러 시나리오와 우리나라의 득실을 따져야 하지만 옵션으로는 항상 갖고 있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중국에 쓸 수 있는 카드 한장은 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中 “WTO 제소해도 문제없어”
이같은 정부의 통상전략을 청와대가 하루만에 뒤집은 데는 북한에 대한 ‘실효적 제재’를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데, WTO 제소를 통해 중국을 자극할 경우 중국이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을 핑계거리만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WTO에 제소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보복 조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속성상 정부 공식 문서나 공식 절차가 아닌 민간기업을 통해 물밑에서 변칙적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정부가 WTO에 제소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조치’를 발표한 적이 없고, 만약 한국이 WTO에 제소하려한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중국 WTO 연구회 부회장 추이젠궈의 인터뷰를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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