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한국 재계의 경영 역사를 되짚어 봅시다. 창업주인 1세대가 현재에도 여전히 자신의 그룹을 경영하며 최고 수장직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여기서 1세대 경영인이라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정몽주 현대그룹 창업주 등을 이야기합니다. 정답은 한명 있답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이 유일한 1세대 현역 CEO였습니다. 이병철, 정주영 창업주보다는 30년 넘게 늦게 창업을 했지만 해방세대 기업인 중에 김준기 회장이 유일한 현역입니다.  
1944년 강원도 출생인 그의 올해 나이는 74세입니다. 고려대 경제학과에 다니다가 재학생의 신분으로 미륭건설을 창업한 김 회장은 건설업을 통해 1970년대 중동건설 경기 붐을 탑니다.
그리고 창업 10년 만에 한국의 30대 그룹으로 올라서죠. 이후에 건설업에서 벌어들인 ‘오일 자금’으로 제철업, 보험업, 전자업 등에 진출합니다. 상승가도를 거듭하던 동부그룹은 2005년 재계 순위를 13위까지 끌어올립니다.
지난 2013년 말에는 계열사만 66개를 거느리게 됩니다. 자수성가형 오너로 김준기 회장은 한국 경제사에 정말 중요한 인물이 아닐 수 없는 CEO였죠.
그의 집안은 명문가입니다. 국회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동곡 김진만 선생(1918~2006년)이 김준기 회장의 부친입니다. 친인척 중에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 활동의 주역인 분들도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많은 족적을 남긴 그가 반세기만에 경영일선에서 퇴진을 합니다. 그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개인 문제로 회사에 짐이 돼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재계의 거목이었던 김 회장을 물러나게 한 원인은 다름 아닌 2014년에 불거진 여비서 성추행 혐의 문제였습니다.
최고 수장의 공백 상태를 미리 대비했는지 모르지만, 다음 회장으로는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중용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창업 1세대 가운데 현역은 사라지게 됐습니다. 동부그룹도 새로운 리더십에 발 맞춰 변화를 겪게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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