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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많이 들고 절차도 복잡…거꾸로 가는 인증제도[현장에서 바라는 중소기업 정책]중소기업 옥죄는 인증제도
김도희 기자  |  dohee@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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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7호] 승인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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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업은 해상용 통신장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문제에 부딪혔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인증을 통과한 테스트 항목에 대해서 국내인증을 재차 요구받았기 때문. 결국 인증 비용에만 수백만원이 들었고, 제품 출시시기도 1년 가까이 지연됐다.

#B사는 최근 롯데월드 타워 등 대형 건물이 속속 등장하자 지능형 방재설비의 사업성을 인지하고, 스마트센서와 통신기능을 추가한 ‘IoT기반 방재설비’를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지능형 방재설비’에 대한 인증규격이 없어 과연 제품출시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언제 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C연구소는 실험보다 ‘제브라피쉬’ 구하기가 더 스트레스다. 제브라피쉬는 인간과 유전자 구성이 유사한 열대어로 의약 실험용으로 수요가 많다. 그런데 실험용 제브라피쉬를 수입하려면 식용수산물과 동일한 검역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수입기간이 길어지고, 제브라피쉬가 폐사해 적기에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증’은 제품이나 서비스 등이 기준에 적합한지 평가하고 증명하는 제도다. 인증제도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 1961년부터 도입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인증제도가 오히려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가 하면, 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요소로 변질돼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한국의 법정 인증제도는 2000년 72개에 그쳤던 것이 2015년 210개로 늘었다가 올해 들어 174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법정 의무인증은 71개다. 여기에 국외 인증, 민간 인증까지 더하면 인증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중소기업의 인증비용 역시 덩달아 늘어 2006년 평균 1300만원에서 2015년 3000만원으로 2.3배나 증가해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일부 인증은 영세한 중소기업에게 매출액의 6%까지 부과되는 경우까지 있다.

임의 인증, 10년새 2배 이상 늘어
특히 ‘유사 인증’의 남발로 초래된 ‘과잉 인증’은 또 하나의 규제다.
인증은 의무 인증과 임의 인증으로 나뉜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의무 인증과 달리 임의 인증은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해당 인증을 취득하지 않으면 공공 조달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시장이 주요 판매처인 중소기업에게는 사실상 강제 인증에 가깝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 중소기업은 지난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 인증’을 받는 시험비용으로 150만원을 썼다. 공공 조달시장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정부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해당 인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달 뒤에 비슷한 내용의 인증인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을 받는데 350만원을 추가로 냈다. 해당 인증을 받으면 공공기관이 다른 제품보다 우선 선택해야 하는 ‘우선구매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이같은 임의 인증 건수는 2005년 51건에서 2015년 130건으로 두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인증 취득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510개를 조사한 결과 이 기업들은 평균 10개에 달하는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모두 유사·과잉 인증의 결과다.
과잉 인증의 또다른 대표적인 사례로는 올해 1월부터 시행중인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을 들 수 있다. 과도한 규제로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반발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3월 문제가 되는 조항에 대해서 1년간 적용유예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의 안영신 회장은 “국민안전을 위해 국가통합인증(KC마크)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법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안법 시행으로 소상공인이나 구매대행사업자는 범법자가 되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10가지 종류의 양말을 10가지 색으로 구비해 판매하려면, 판매자는 총 100회의 공급자적합성 확인을 받아야 한다. 건당 10만원에서 30만원의 인증비용을 떠안을 수 있는 소상공인은 없다”고 주장했다.

“인증 사용료 대느라 R&D 못늘려”
과도한 인증 비용도 중소기업의 부담이다. 대부분 유효기간이 2~5년에 불과해 정기적으로 인증 비용이 발생한다. 같은 원료로 만들고 성능도 같지만 모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증을 따로 받는 경우도 있다.
조명기구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효율 기자재 인증을 통과한 조명기구에 구매업체의 요구로 5㎝ 조금 넘는 각도조절장치를 추가했는데 인증을 다시 받으라고 해서 200만원을 추가로 냈다”고 말했다.
건축자재의 하나인 고무발포단열재도 원료는 같지만 제품의 크기가 다양해 수백개의 파생 제품마다 인증 수수료가 부과된다. 예컨대 환경표지 인증은 변형된 제품 품목당 5만원을 내야 한다. 또 한번 인증받으면 유효 기간이 끝날 때까지 매년 사용료도 내야 한다. 사용료는 연간 최대 1100만원이다.
사무용 가구 제조업체 관계자는 “보통 중소업체의 영업이익이 매출의 5% 수준인데 환경인증을 받고 유지하기 위한 비용만 매출 대비 최고 3%에 달해 연구개발(R&D)비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복잡한 절차를 걸쳐서라도 인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인증받은 제품은 믿을만 하다’는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 생리대 유해 화학물질 논란까지 일면서 정부 인증마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 역시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문제가 됐던 계란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은 닭의 살모넬라균 감염 여부, 사육 과정에서의 항생제 사용 여부 등을 따져 생산·출하 단계에서 농장들이 기준을 만족하면 농장 입구에 ‘HACCP 마크’를 붙여준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살충제 잔류검사도 HACCP 인증 기준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번에 살충제 계란이 나온 농장 중 절반 이상이 ‘안전관리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나 인증체계의 부실을 드러냈다.

무분별 위탁…‘돈벌이 수단’ 전락 우려
비단 최근에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때도 인증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역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KC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제품은 자율안전확인 공산품 중 생활화학가정용품 세정제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며 기술표준원으로부터 KC 마크를 받았다.
201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무항생제’ 인증받은 소·돼지고기 9만마리에서 항생제가 검출됐다. 지난해에는 KS 인증을 받은 전국 초·중·고 우레탄 트랙과 인조 잔디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나왔다.
일각에선 제도 자체를 정부가 주도하면서 민간 업체에 위탁한 것이 인증제도를 건당 수십만~수백만원짜리 ‘인증서 장사’로 변질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공인한 친환경 인증 업무는 실제로 민간 업체가 대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하는 인증 업무도 지난 6월부터 64곳의 민간 업체에 모두 넘겼다. 이미 이전부터 민간 인증 대행업체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인증 업체들은 인증을 내줄 때마다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수익을 위해 더 간단히, 더 많은 인증을 내주고 있다. 나중에 유해성 논란이 벌어져도 특별히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당연히 부실 인증으로 이어졌다.
안영신 회장은 “최근 한국 직구족에게 인기가 많은 영국제품인 다이슨 청소기는 판매가가 80만원 정도”라며 “안전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제품의 샘플을 국내 인증기관에 보내야 하고 회로도도 첨부해야 한다. 다이슨 청소기는 영국에서 인증을 받았는데, 구매대행업체에 회로도 등의 정보를 넘겨줄 생산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인증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수많은 인증기관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인증기관도 같이 져야한다. 옥시제품도 KC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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