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경계 허문 소주

한국의 대표 주류는 단연 소주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술(증류주)도 소주입니다.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참이슬’이 16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참이슬은 1998년에 첫 선을 보입니다. 그리고 2006년에 누적판매 100억병을 돌파하고 2012년에 200억병 판매를 돌파합니다. 지난해에만 17억병의 참이슬이 전 세계의 술꾼들에게 팔렸습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누적판매 272억병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서울의 음식점이나 술집을 찾으면 소주는 참이슬 아니면 처음처럼만 있지요. 그런데 지방에 내려가면 다릅니다. 각각 지역 특색에 맞는 소주 브랜드가 독식을 하고 있지요. 맥주 시장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OB맥주 3개 회사가 전국을 3등분 하고 있습니다만, 소주 시장은 9개의 제조업체가 각 지역마다 자신의 안방처럼 굳게 뿌리를 내리고 있지요.
참이슬이 전 세계에서 1등 증류주라고 하지만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은 50%입니다. 이어서 롯데칠성음료가 생산하는 처음처럼이 18%, 무학이 14%입니다. 나머지 6개 소주 회사들이 1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거죠. 참이슬만 간신히 전국구 소주로 팔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소주의 지역특색이 강해진 걸까요.
그 이유는 ‘자도소주구입법’ 때문입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1도 1사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전국이 8도이니까 각 도별로 소주 회사가 있다면 각 도에서 의무적으로 50% 이상을 그 제품만을 판매하도록 규정한 거죠. 만약 20년 전에 부산에서 참이슬을 마시고 싶었다면,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주 회사들은 지역별 마케팅이나 영업을 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법이 사라지고 20년이 지났는데도 왜 지역 소주 브랜드가 맹위를 떨치는 걸까요. 전국구 영업과 마케팅이 가능한데 말이지요. 부산의 좋은데이, 대구의 참소주, 충청도의 O2그린, 전라도의 잎새주 등등은 모두 지방에 있는 중소 소주회사들입니다. 하이트진로나 롯데와 같은 대기업이 참여하는 소주 시장에서도 굳건히 자신들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특수한 유통구조 탓입니다. 일반사람들은 잘 모르는 부분인데요. 소주 회사가 제품을 만들면 그걸 제조사가 직접 판매할 수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말이죠. 무조건 1차 거래선인 주류도매업체를 통해야만 합니다. 이걸 주류판매면허라고 합니다. 주류도매상은 다시 2차 거래선인 소매점에 납품을 합니다. 소매점은 우리가 흔하게 다니는 음식점, 유흥주점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지방의 소주회사는 그 지역의 주류도매상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보통 가까운 사이들이 아닌 거죠. 채권관계도 복잡해서 만약 주류도매업체가 다른 소주 회사와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할라치면 지방 소주회사가 채권을 빌미로 압박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탄탄한 지역별 유통망이 지역 소주회사의 힘입니다.
아무리 지역별 유통망에 빈틈이 없다고 해도, 일부 지방 소주회사들이 서울과 수도권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거나, 서울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소주회사가 먼 지방까지 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산을 평정한 무학은 좋은데이로 서울과 수도권 진출을 꾀하고 있고요, 롯데는 처음처럼으로 지방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롯데는 순하리라는 과일 소주 브랜드로 2015년 전국을 강타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허니버터칩 돌풍처럼 말이지요. 근래에는 신세계도 제주 소주인 푸른밤을 들고 나오면서 전국 소주 시장은 춘추전국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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