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돌아다니는 CEO’

코너 쪽 고급 오피스는 이제 잊어라. 사무실을 없애면 직원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CEO들이 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크라우드 펀딩 기업 인디에고고(Indiegogo)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130명이다. 1명만 제외하고, 직원들은 모두 자신만의 책상을 가지고 있다. 그 1명은 파트타임 직원도 인턴도 아니다. 바로 CEO다. 창의력과 내부 의사소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한 최신 오피스 디자인 아이디어가 그곳에 적용돼 있다. 이디에고고의 CEO 슬라바 루빈(Slava Rubin)은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직원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즉흥 토론에서 여과되지 않은 정보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루빈은 노트북을 집에 놓고 일을 한다. 또 걸어 다니며 회의를 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해 업무를 위임한다. 그는 그렇게 해야 이메일에 파묻혀있지 않고 소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게 요즘 세태다. 벽 없는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직급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최고 경영진을 찾아보기가 쉬워졌다. 그보다 한단계 더 발전된 형태가 ‘돌아다니는 CEO’라고도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클라우드에 파일을 저장하는 등 일의 이동성과 간소화 경향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인디에고고의 루빈 이외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경영자는 많다. 밋업닷컴(Meetup.com)의 CEO 스콧 하이퍼먼(Scott Heiferman)도 자기 책상이 없다. 허브스폿(Hubspot)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핼리건(Brian Halligan)과 COO JD 셔먼(JD Sherman)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업체들은 대부분이 신생기업이다.
책상을 사용하는 CEO들도 회사 내의 좋은 공간을 꿰차지 않는다. 허브스폿의 공동 창립자이자 CTO인 다르메시 샤(Darmesh Shah)는 개인 사무실이 없다. 신입 직원이 들어와 앉을 곳이 필요하면, 그 방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샤는 이에 대해 어떠한 불만도 없다.
그는 “다른 직원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내가 밤중에 이메일이나 보내고, 중요한 순간에만 가끔 얼굴을 비치는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맵박스(Mapbox)의 CEO 에릭 건더슨은 이러한 방식이 소통과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맵박스는 샌프란시스코의 신생기업으로 포스퀘어(Four Square)나 핀터레스트(Pinterest) 같은 사이트에 지도를 제공하는 회사다. 그는 높은 부엌 테이블에 자신의 노트북을 두고 일하는 것을 즐긴다. COO 보니 보글(Bonnie Bogle)은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 테이블을 옮겨 다니고, CTO 영한(Young Hahn)은 주로 소파에 앉아서 일을 한다. 건더슨은 “내가 노트북을 켜는 곳이 사무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를 돌아다니면서 대화를 엿듣고, 이를 잘 엮어 의사결정에도 활용하고 있다. 불과 몇주 전 건더슨은 옆 직원이 자신의 컴퓨터를 보며 감탄하는 말을 들었다. 위성 이미지가 워낙 선명해서 사진 속에 양이 몇 마리인지도 셀 수 있을 정도라고 얘기한 것이다.
그보다 며칠 전 건더슨은 영업팀 옆에서 일했다. 때문에 영업팀이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한 뉴질랜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이 이미지를 영업팀과 공유했고, 몇시간 만에 회사 블로그에 그 사진이 올라왔다.
결과는? 뉴질랜드 고객이 맵박스를 선택했다. 건더슨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일하면,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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