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퍼치’의 별난 기업 철학

고급 주방 및 욕실용품 판매업체 퍼치(PIRCH)는 직원교육에서 실질적 기술보다 고객과의 교감을 더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은 세일즈 전술, 재고 관리, 또는 화가 난 고객들을 응대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그러나 퍼치는 직원들에게 ‘즐겁게 일하는 법’을 가르친다.
퍼치는 주방 및 욕실용품 업계의 테슬라(Tesla)가 되는 것이 목표다. 고객들은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내도록 설계된 쇼룸에서 고급용품들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수영복을 챙겨와 2만달러짜리 화강암 욕조에 몸을 담가 본다든지 아니면 10만달러짜리 라 꼬뉘 그랑 팔레(La Cornue Grand Palais) 스토브를 체험하는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 보는 식이다.
퍼치는 모든 이에게 ‘즐겁게 살라’고 촉구한다. 이런 철학은 ‘더 많이 놀고, 덜 고민하라’‘무엇에든 미쳐라’‘용서하라’ 같은 회사 모토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문구들은 퍼치의 모든 일반 매장에서도 볼 수 있는 문구다. 노골적인 선전 문구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퍼치라는 기업 철학의 핵심이다.
퍼치의 CEO 제프리 시어스는 “소매업계는 그 동안 고객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단언한다. 그는 “판매의 핵심은 판매 자체보단 고객들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라며 “우리의 일은 고객들의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전략은 효과가 있는 듯하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퍼치의 ㎡당 매출은 평균 3000달러 이상이다. 애플, 머피, 티파니를 제외한 모든 미국 소매업체보다 높은 수준이다. 퍼치는 현재 8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뉴욕 소호에 9번째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제프리 시어스 CEO는 “우린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즐거워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 퍼치의 모든 직원들은 5일 동안 교육을 받는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기초적인 기술들이 아닌 인간적인 면에 대해 집중한다는 점이다. 기업 소프트웨어 사용법 같은 기본 기술들은 각 매장에서 가르친다.
제프리 시어스는 “우리 교육의 목표는 기업 문화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도록 투자하는 것이다. ‘매장의 감정’은 고객을 대할 때 직원들의 미소와 열정에서 드러난다. 교육을 통해 먼저 기본을 갖추지 않으면, 기업문화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퍼치의 인사(HR)업무를 담당하는 마크 토마셰비치가 이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퍼치의 ‘즐거움 대사’(ambassador of joy)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회사의 ‘23가지 즐거움 요소’를 발굴하고, 어떻게 이 원칙을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 고민한다. 토마셰비치는 “직원들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또, 비즈니스 모델로 공감을 가르친다. 이는 동료나 고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 모두 적용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감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감성적인 면을 끄집어내고 직원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기능을 한다. 직원들은 하루 중 절반을 CEO와 보내게 되는데, CEO는 공유하기 힘든 개인적인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변한다. 이를 통해 고객과 신뢰 구축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직원들은 또 다른 고급 소매업체를 방문, 개개인이 고객의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게 된다.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매장의 부지점장 스티븐 로리아는 자신이 받은 교육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로리아는 퍼치에 들어오기 전에 CVs와 램프 플러스에서 관리자로 일했고, 그 전에는 기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에 중점을 두면 흔치 않은 유대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로리아는 “이 직무에 지원해 면접을 봤을 때, 3단어로 나의 특징을 묘사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감, 진실성, 사랑이라고 했다고 한다. 로리아는 “이 직무에 대한 나의 자질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 회사 문화는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가 아닌, 어떤 사람인지를 중시한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내겐 일이 아니다. 나의 삶 자체고, 그리고 그 삶을 매일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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