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년에 창업하는 기업 수는 얼마나 될까? 한해 100만개의 사업체가 새로 생겨난다. 하지만 매년 폐업하는 곳은 66만개에 달한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30조원이다. 기업가에게 창업실패는 곧  좌절이라는 게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혁신적 실패는 사회적 자산이므로 국가와 사회가
재기를 적극 도와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창업 성공률을 높인다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지원정책도 많다. <중소기업뉴스>가 정부의 재도전 지원제도를 집중 점검했다.

통계청은 현재 우리나라에선 매년 약 62만개의 개인기업과 약 4만개의 법인기업들이 소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신생기업들의 3년, 5년 후 생존율은 각각 41%, 25%로 OECD 17개 주요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정부기관에서는 재기교육사업과 재기지원사업 및 회생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지원정책이 탁상공론에만 머물러 있을까? 아니면 실제 재기하려는 기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

재도전 성공패키지에 지원자 몰려
지난해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업 실패 기업인 중 80%에게는 평균 8억8000만원의 부채와 평균 4000만원의 세금 체납이 발생한다. 연대보증채무, 세금추징 등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실패 기업인들은 통장개설, 카드발급 등 금융업무에서 제한돼 사실상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정부는 2015년 10월 ‘창의·혁신·기술형 기업의 재기지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각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재기지원 사업을 ‘신용회복위원회’로 일원화해 지원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창업 재기지원보증’ 제도도 지난해 3월 전면 개편했다.
재창업 자금 예산은 2014년 406억원, 2015년 700억원, 2016년 1000억원, 2017년 100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 중에 있다.
올해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에 총 100억원(200명)이 투입된다. 지난해 50억원(100명)이 집행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규모가 2배나 늘어난 수치다.
재도전성공패키지의 경쟁률은 4대 1에 달할 정도로 치열하다. 실패를 맛본 사업자들이 지원하는 만큼 자금과 컨설팅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다. 창업진흥원이 올해 상반기에 진행한 2017년 1차 선정 작업에는 86명 모집에 327명이 몰렸다.

재창업 지원기관들의 지원사항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재도전 성공패키지는 예비 재창업자 또는 재창업 3년 이내인 기업 대표자 가운데 고의부도나 횡령 등의 범죄경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 평균 4000만원(최대 1억원)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정부가 재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융자나 보증이 아닌 직접 자금을 제공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은 물론 시제품 제작, 투자유치와 판로 개척 등도 함께 지원해 준다.
재기를 노리는 사업자라면 재도전 성공패키지 이외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전국 7곳의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선 대표적으로 위기극복 지원사업(구조개선자금, 신보재기보증, 기보재기보증 등 지원)과 재창업 지원사업(재기중소기업 경영자 힐링캠프, 재창업지원자금 등 지원)이 있다. 재도약 자금지원 및 재기보증의 경우 융자한도가 45억원(지방소재기업은 50억원)이며, 정책자금은 기준금리 기준으로 대출해 준다.
재창업지원자금의 경우 채무조정이 완료됐을 때 중진공이 직접 대출을 해주며 업체당 연간 45억원(운전자금은 10억원) 이내로 지원된다. 재창업지원자금을 받고 싶으나 채무조정을 미완료한 사람의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와 중진공에서 ‘신용회복·채무조정 및 재창업자금’을 신청하면 된다. 연중 수시상담 및 접수를 하고 있으며, 지원한도는 업체당 연간 45억원(운전자금은 10억원) 이내다.
아울러 서울보증보험을 비롯해 신용회복위원회·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재창업 도전자에 대한 기술보증이나 신용보증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기관 안 거치는 원스톱 평가 필요
하지만 올해 실적은 아직 기대를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업 활성화를 위한 재창업 지원제도 항목의 경우, 절차가 복잡해 시일이 오래 걸리는 등 문턱이 높은 실정이다.
최근 중진공이 발표한 ‘2017년 1분기 정책자금 지원실적’에 따르면, 재도약 지원 사업 가운데 재창업 관련 예산은 올해 1000억원이 책정됐다. 재창업 자금은 사업 실패 후 재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또는 재창업한 기업에 지원하는 자금으로 저신용자나 사업 실패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이 대상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까지 전국을 통틀어 총 361개 업체가 신청해 149개 업체에만 지원이 결정됐다. 신청된 금액은 776억1900만원에 달하지만, 실제로 지원된 금액은 228억9400만원에 그쳐 지원 결정 비중이 22.9%에 그쳤다.
이처럼 지원 결정 비율이 낮은 것은 복잡한 절차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평가 단계에서 범죄사실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중기부와 경찰청 등 여러 기관을 거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원 과정에서 많게는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아 제때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확실한 검증을 통한 제도지원이 원칙이지만, 행정 편의에 따라 신청자들이 여러 기관을 거치지 않고 원스톱으로 평가를 받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일부에서는 재창업 지원 제도에 관한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창업은 중기부, 중진공, 창업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신보, 기보 등 다양한 기관이 연계돼 있는데, 이를 조율할 통합적인 컨트롤타워가 없어 기관 간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재도전의 날, 힐링캠프 성과도
오는 11월30일에 예정된 제4회 ‘재도전의 날’ 행사는 사회전반에 만연한 ‘실패기피 문화’의 전환과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의 디딤돌로 삼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된 정부 행사다. 재기에 성공한 기업들 가운데 우수한 기업에게 정부 포상도 주는 날이다.
경기 성남시에 소재한 화재경보용 감지기를 생산하는 A사 대표 B씨는 40대 후반에 중국 사업을 추진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50대 중반의 나이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서 가족까지 신용불량자가 되고 뿔뿔히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재기에 도전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만으로 정부 재창업자금을 5억원 지원받아 무게는 가볍고 오작동도 현저히 줄인 불꽃감지기를 개발했다.
B씨는 “제품 출시 후 10개월 동안 15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현재 포스코, 지멘스, 소방기관 등 전국 5000여곳과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멕시코, 영국 등 해외 시장에도 수출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의 사업 실패를 경험한 C사의 대표는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 5기 수료생이다.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에서는 실패 기업인들이 전국에서 모여 4주간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그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자금지원 프로그램과 더불어 힐링캠프처럼 기업가들의 심리적·정신적인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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