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업체 네이버가 차세대 사업으로 예고한 로봇 부문의 더욱 또렷한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2015년 9월 ‘프로젝트 블루’라는 이름으로 로봇을 비롯한 하드웨어 분야에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2년여 만에 중간 성과를 공개한 것이다.
네이버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연 개발자 회의 ‘데뷰 2017’에서 공개한 로봇 모델 9종은 ‘생활형’과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당장 인간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목표로, 로봇에 적용된 인공지능(AI) 기술을 ‘생활환경 지능’(엠비언트 인텔리전스)이라고 이름 붙였다.
네이버랩스 대표인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와 가까운 일상 속에서 노동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율 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는 고객이 본 책을 수거하는 용도로, ‘에어카트’는 많은 책을 이동하는 용도로 이미 부산의 한 서점에서 시범 운용 중이다. 용도가 한정된 단순한 로봇을 넘어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로봇 팔 ‘앰비덱스’도 장기 과제로 연구 중이다.
이동성도 중요한 포인트다. 석상옥 로보틱스 리더는 “로봇 개발의 가장 중요한 모티베이션(동기)은 네이버가 지도 서비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지도 서비스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더 나아가 자율주행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연장 선상에서 보면 실내 공간에서 로봇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네이버는 건물 실내 공간을 자동으로 스캔해 3차원 지도를 만들어 주는 ‘M1’을 필두로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특히,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다른 이동형 로봇보다 제품 가격을 낮추는데 역점을 뒀다.
이미 상용화된 타사의 이동형 로봇의 경우 값비싼 핵심 센서인 ‘라이다’(LiDAR)를 기기마다 부착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M1’이 만들어놓은 지도를 서버에 저장해놓고 이를 ‘어라운드’가 활용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렇게 하면 개당 500만원에 달하는 라이다를 일일이 장착하지 않아도 된다.
어라운드는 30만원짜리 로봇 청소기에서나 쓰이는 저가 레이저 스캐너를 써서 위치를 제어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인터넷·소프트웨어 등 무형의 사업만 영위해오던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제조업에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달 초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 구글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AI 스피커, 가상현실(VR) 헤드셋, 하이엔드 노트북, 액션 카메라 등 하드웨어 신제품군을 대거 발표하는 등 이미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유형과 무형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가 이날 발표한 각종 기기와 기존 인터넷 서비스를 어떻게 결합할지가 앞으로 남은 숙제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도 개별 로봇의 시연 장면은 공개됐지만, 이를 어떻게 기존 서비스와 연계하고 사업화할지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가 다가왔다”며 “둘 사이를 어떻게 잘 연결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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