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8일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제시한 민간 일자리 창출 방식은 혁신창업을 지원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여 고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일자리 상황은 저성장 고착화, 중소기업 경영난 악화, 출산·육아휴직에 따른 여성의 경력단절 등으로 악화일를 걷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선보인 일자리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경제’ 실현을 위한 5개년 전략이자 실천 과제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총체적 일자리 난국’ 지속…끝이 안 보인다
한국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 부진과 서비스업 생산성 정체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저임금 서비스업과 고용 안정성이 낮은 건설 일용직, 영세 자영업자 등이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있다.
수출주력 업종을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지속가능한 고용 창출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기업은 지난 2010년 영업이익률이 평균 6.5%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5.5%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3.3%에서 3.6%로 소폭 상승했지만 좀처럼 4%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와 장시간 근로 관행으로 일자리 질도 떨어지고 있다.
대·중소기업, 제조·서비스업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고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저임금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체 산업에서 비용절감과 고용 유연성 유지를 위해 비정규직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 대비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지난 2005∼2009년에 1.2%에 달했던 비정규직 증가율은 2013∼2016년에 2.7%까지 늘어났다.
청년·여성·신중년(50∼69세)의 고용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중소기업 취업 기피 등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하면서 올해 8월 기준으로 9.4%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15∼64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출산·육아 부담에 따른 경력단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3.6%에 못 미치는 58.4%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빠른 속도의 기술 변화와 무인화를 기조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고용 안정성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혁신창업·산업경쟁력  제고…일자리 ‘마중물’
일자리위원회는 5년에 걸쳐 추진할 5대 분야로 △일자리 인프라 구축 △공공일자리 창출 △민간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중점과제는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시스템 구축, 일자리 안전망 강화, 공공 일자리 확충, 혁신창업 촉진·산업 경쟁력 제고, 신산업과 서비스업 육성, 사회적 경제 활성화, 근로여건 개선, 청년·여성·신중년 맞춤형 일자리 지원 등이다. 여기에 중점과제별로 5∼19개씩 모두 100대 세부 정책과제가 마련됐다.
특히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우선 혁신기업을 창업할 때 사업실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정책금융 연대보증 면제 대상을 7년 이상된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사실상 폐지하고, 민간금융에서도 연대보증 폐지를 유도한다.
중소·중견기업의 줄도산을 낳는 약속어음제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현금 지급 관행이 정착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산업경쟁력 제고와 신산업 육성 방안도 마련했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은 신기술을 접목한 고부가 산업으로 전환하고 투자·채용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수립한다.
친환경·스마트카, 자율주행차, 정보통신산업(ICT), 드론, 스마트 시티 등 미래형 신산업 조기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네거티브(사전허용·사후규제) 식으로 전환하고,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사회적경제 기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 내 최대 5000억원까지 보증이 가능하도록 하고, 공공입찰 시 가점을 늘려주는 등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혁신도시 중심으로 주변 산업단지 등을 연계한 ‘국가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연말까지 균형발전특별법을 개정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
아울러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이 지역 특성에 맞도록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현장 모니터링 강화, 사업 효율화 등의 관리체계 혁신방안을 내년에 시행한다.

일자리 안전망 강화·차별없는 일터 조성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는 일자리 질의 개선에도 방점이 찍혀있다.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를 확보해 노동자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일자리 안전망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고용보험의 보장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특수고용 종사자·자영업자의 숙원인 고용·산재 보험의 사각지대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청년 구직 촉진 수당의 지원 금액과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장 수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훈련 체계도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전 생애에 걸친 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차별 없는 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종전까지는 2년간 기간제 사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한 사유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비정규직 차별 시정 제도도 바꾼다.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을 확립하고, 노력·성과·보상 간 연계성을 강화해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공정임금 체계를 확립하기로 했다. 원·하청 노동자 간 격차를 줄이고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법적 보호방안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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