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0%로 0.2% 포인트 올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이렇게 수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9%로 제시했다.
한은이 정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금융연구원과 마찬가지로 3%대 전망에 동참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차례 연속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2.6%로 수정해 0.1% 포인트 올렸고 7월에는 종전보다 0.2%포인트 높은 2.8%를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이 한해의 성장률 전망치를 3차례 연속으로 높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세를 탄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한은의 올해 전망치는 정부나 IMF, 한국금융연구원과 같고 LG경제연구원(2.8%), 현대경제연구원(2.7%), 한국개발연구원(2.6%)보다 높다.
앞서 IMF는 지난 10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3.0%로 올리며 글로벌 투자 및 무역, 산업생산의 반등으로 세계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3%대에 복귀하게 된다.
앞서 2014년 경제성장률은 3.3%로 3년 만에 3%대에 복귀했지만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8%를 기록했다.
한은이 전망치를 높인 데는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배경에 대해 “올해 중 국내 경제를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상품 수출 및 설비투자의 호조가 이어지고 민간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정책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 증가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예상보다 경기 전망이 밝아진 데는 수출의 힘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551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슈퍼 호황’으로 불리는 반도체뿐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들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면 고용 등에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성장에 대한 지출부문별 기여도에서 내수가 2.6% 포인트, 수출이 0.4% 포인트로 각각 전망됐다. 내년에는 내수 1.8% 포인트, 수출 1.1% 포인트로 수출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부문별로 보면 설비투자가 14.0%(상반기 15.9%, 하반기 12.1%), 건설투자가 6.9%다. 상품 수출은 3.7%로 지난해보다 1.5%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지난해(2.5%)보다 낮아졌다. 
수출과 달리 내수 회복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미국 등 주요국과의 교역 여건 악화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을 꼽았다.
한편, 한은은 이날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그러나 한은은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이달까지 열린 13차례의 금통위에서 계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기준금리는 16개월째 동결되며 2010년 사상 최장 동결기록과 같은 기록을 세웠다.
한은은 지난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후 세차례 금통위에서 연거푸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주열 총재는 그러나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개월 전에 말했듯이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총재는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하므로 우리가 본 성장과 물가 흐름이 계속 기조적일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좀 더 필요하다”며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총재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 리스크의 전개 상황에 유의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은 2011년 9월 이래 6년여 만에 출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온 것과 관련,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30일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데 대해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빠르게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연 1.50%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이번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것을 감안할 때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확한 금리 인상 시점은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이 재발할 것인지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12월 FOMC 전후로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다음 금리 인상까지는 시간이 좀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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