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5년 만에 만도로 컴백했습니다. 만도는 자동차부품 업체이며,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정몽원 회장은 2012년에 만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국내 건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위기에 봉착했던 한라건설(현재 한라)의 정상화를 위해서 잠시 퇴임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5년 만에 만도에 복귀한 겁니다. 그 이유도 5년전과 비슷합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위기입니다. 만도의 최대 고객인 현대·기아차도 예전과 달리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고,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유동성 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몽원 회장이 직접 만도를 챙기면서 정상화에 전념하겠다는 겁니다. 오너의 경영일선 복귀 선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한라그룹의 양대 축인 건설과 자동차 분야를 총괄해서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겁니다.
그동안 만도는 한라그룹의 핵심카우 역할을 해온 튼실한 기업입니다. 2014년 만도가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와 사업회사인 만도로 분할되기 전까지 만도는 해외에 있는 수많은 자회사는 물론이거니와 한라마이스터, 만도헬라일레트로닉스 등 계열사 지분을 소유했었죠. 그래서 지주회사 체제로 넘어가기 전에 한라그룹의 지배구조는 한라에서 만도로 이어지고 만도에서 한라마이스터로 연결됐습니다. 그리고 한라마이스터는 다시 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죠.
문제는 정점에 있던 한라가 2012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한라를 대체할 기업으로 만도가 등장한 거죠. 만도가 한라마이스터를 통해 3400억원을 출자했던 것도 ‘한라 구하기’의 일환이었습니다.
만도의 지원에 힘입어 한라는 이제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12~2015년까지 한라의 적자규모는 9600억원이 넘어섰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한라는 102억원의 흑자전환을 달성합니다.
한라를 턴어라운드 시킨 정몽원 회장은 다시 만도로 복귀해서 다시 한번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려고 합니다.
만도는 지난해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만, 올해 들어 성장이 주춤거리는 분위기입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100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만도는 역성장을 기록할 공산이 큽니다. 한라그룹을 구원한 만도를 정 회장이 애정을 가지고 돌봐야 할 시기입니다.
정몽원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조카입니다. 그래서 한라그룹은 범 현대가에 속합니다. 만도는 현대·기아차에서 50%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라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다는 건 장점이겠지만, 요즘처럼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감소하게 되면 만도도 덩달아 휘청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매출처 다변화’가 필수적이란 뜻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화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에만 의존하다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도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친환경 및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만도가 자신하는 기술 중에는 주행보조기술(DAS·Driver Assistant System)이 있습니다. 이 DAS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술력으로 정몽원 회장이 강조하는 연구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간 정몽원 회장에 대한 경영능력의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5년만에 경영복귀를 선언했지만, 그 사이 만도를 이끌고 내실을 잡은 것은 전문경영인 성일모 CEO였습니다.
정 회장이 복귀하면서 성일모 대표는 한라홀딩스 지주회사 대표로 전보됐습니다. 성 대표는 만도의 전신인 현대양행에 1978년 입사한 이후 주로 만도에서만 지낸 만도의 충성맨입니다.
그는 경영능력도 탁월해서 지속적으로 한라그룹 계열사를 지원하면서도 지난해 매출 5조8663억원, 영업이익 3050억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각각 17.7%, 14.8%나 늘리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를 따르는 만도의 임직원들도 많다고 합니다.
물론 용장을 잘 쓰는 정몽원 회장의 경영능력이 주효했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만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 앞으로 정 회장이 어떤 경영판단을 할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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