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 앞서 자영업 대출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동안 자영업 대출은 통계나 규제 측면에서 사각지대였다. 자영업자는 가계의 측면과 사업자의 측면이 혼재한 탓이었다.
금융권 대출을 이용 중인 160만2000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총부채는 521조원이다. 129만명이 가계대출과 자영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을 모두 받았다. 자영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은 440조원이다. 전체 가계부채(6월 말 현재 1388조원)에 포함된다. 나머지 31만2000명은 개인사업자대출로만 81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이용하는 쪽은 ‘가게’에 가깝고, 사업자대출만 이용하는 쪽은 ‘사업’에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가계·사업자대출 동시 보유는 소매업(17.3%)과 음식업(16.8%)에 많았고, 사업자대출만 보유한 경우는 부동산임대업(19.8%)에 많았다.

자영업자 4개 그룹 나눠
금감원은 자영업자를 생계형, 일반형, 투자형, 기업형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생계형과 일반형을 구분한 기준은 대출금액과 연 소득이다. 대출금액 3억원 이하에 연 소득 3000만원 이하는 생계형이다. 48만4000명이 38조6000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대출금액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거나, 대출금액 3억원 이하에 연 소득 3000만원 초과는 일반형이다. 84만6000만명, 178조원이다.
투자형은 주로 부동산임대업이다. 이들은 19만1000명이 140조4000억원의 빚을 냈다. 재산소득을 위한 투자자 성격이 짙다. 기업형은 꽤 규모가 있는 자영업이다. 대출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한다. 8만1000명에 164조1000억원이다.
생계형과 일반형이 자영업자의 대부분(83.0%)을 차지하지만, 대출규모는 투자형과 기업형이 58.4%를 차지한다. 1인당 부채는 생계형 8000만원, 일반형 2억1000만원, 투자형 7억4000만원, 기업형 20억3000만원이다. 1인당 연 소득은 생계형 1600만원, 일반형 5300만원, 투자형 5700만원, 기업형 9100만원이다.
생계형은 음식업(24.1%)과 소매업(22.7%) 위주다. 일반형도 음식업(16.7%)과 소매업(18.0%) 중심이다. 식당·커피숍·미용실·옷가게 등이 영세하면 생계형, 어느 정도 장사를 크게 한다 싶으면 일반형으로 볼 수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관건
결국 문제는 생계형이다. 이들은 대출규모가 작지만, 소득은 더 적다. 신용도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이 13.8%, 연 8%를 넘는 고금리 대출 비중이 14.3%, 한 계좌 이상에서 연체가 발생한 잠재연체차주 비율이 3.3%다.
생계형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가 17만7000명이며, 대출규모는 12조5000억원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들 중 6만7000명은 신용도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대출액 4조원), 나머지 11만1000명은 대부업체나 카드론 등 고위험 대출을 이용하는 신용도 4~6등급의 중신용자(대출액 8조5000억원)다.
금감원은 “소득과 상환능력이 낮고 금리 상승에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에 대한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자영업자 지원책을 담았지만, 대부분 기존 정책에 이름만 바꿔 다는 등 부실한 대책만 내놓았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 가계대책 실효성 의문
금감원의 자영업자 대출실태 조사 결과와 함께 나온 대책을 보면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기존의 틀에 박힌 내용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핵심 지원책으로 제시된 게 가칭 ‘해내리 대출’로 1조2000억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해내리Ⅰ’과 ‘해내리Ⅱ’로 나눈다. 하지만 해내리Ⅰ 대출은 기업은행이 올해 초 내놓은 소상공인 대출의 금리와 보증료를 추가 인하하고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규모도 애초 1조원에 1800억원을 더했을 뿐이다.
해내리Ⅱ 대출은 소상공인에게 7000만원까지 주고, 신용카드사가 매출대금을 입금하면 매월 10~20%를 자동 상환하는 구조다. 200억원 규모로 시범 실시된다. 이미 지역 신용보증재단들이 소상공인단체와 함께해온 신용보증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가계부채대책 내용에는 자영업자 중 저신용자에 대해선 미소금융과 사업자햇살론 등 저금리 정책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 중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고, 영세 소상공인의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모두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160만2000명의 자영업자가 521조원의 빚을 지고 있고, 이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자 17만7000명의 빚이 12조5000억원에 이르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조사결과만 내놓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일러스트레이션 :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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