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부터 3년간 한국에서 연수생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팡리(34, 여)씨는 25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국 현지 의류공장의 사장님이다. 한국에서의 경험과 마련한 자금으로 귀국 후 창업에 성공한 팡리씨는 한 낱 어부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자신에게 한국생활은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털어놓는다.
중국 요녕성 출신 짱푸(24, 남)씨는 한국에 오기전 주방장 경력이 1년 정도였다. 충남 청양소재 (주)한울농산에서 김치 배우기에 여념 없는 짱푸씨는 한국어 배우기에도 남다르다. 귀국 후 고향인 무순시에서 한국음식점을 차릴 계획 때문이다.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삼고 있는 외국인연수생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기협중앙회(회장 김영수)가 최근 펴낸 ‘외국인연수생 모범 사례집’에는 이같이 코리언 드림을 이루고 있는 외국인 연수생들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태국 연수생을 활용한지 10년째를 맞고 있는 서진산업(대표 배석두)은 태국 전통축제를 열어 연수생의 향수병을 달래주고 있으며, (주)신영프레시젼(대표 신창석)은 칭찬릴레이 프로그램으로 연수생에게 자신감과 사기를 올려주고 있다.
(주)대영 이학균 대표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진심으로 연수생을 대우해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연수생을 활용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에 소재하고 있는 (주)케이씨엠(대표 이명복)에서 자신의 꿈을 일구고 있는 필리핀 출신 연수생 알림바 브라이언(27, 사진 왼쪽)씨는 대학교수 임용시험에 합격한 재원. 그러나 가정형편상 학비마련이 어려워 한국행을 택했고 추운 겨울을 처음 맞는 한국생활이 쉽지는 않다.
브라이언씨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먼 훗날 학생들을 가르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코리언 드림 실현을 위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섬유공장에서 3년간 쌓은 실력을 기반으로 고국에서 의류제조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매년 인민폐 20만원(3천만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고 있는 팡리씨는 한국 행을 택하기전 어부로서 힘든 생활을 이어온 경우. 매일 바다에서 12시간을 일하며 생명의 위협을 받았지만 고작 인민폐 1천원 정도의 수입을 얻었다는 것. 99년 초 팡리씨는 신문에서 한국으로 갈 연수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것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다.
한국에 오자마자 언어가 통하지 않고 생활습관이 달라 회사 직원들과의 적지 않은 오해와 갈등이 생기게 된 팡리씨는 먼저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일할 때 뿐만 아니라 여가 시간에도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고 적극적으로 회사 내의 한국인 직원들에게 작업 중 생긴 의문사항을 묻고 또 물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팡리씨의 기술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옷감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도 축적된 된 팡리씨는 귀국 후 의류 제조 공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팡리씨가 처음 수주한 물량은 조그마한 회사의 작업복.
한국에서 배운대로 품질 최우선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고객 요구를 놓치지 않자 제품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개업한지 몇 개월이 안돼 생산물량이 폭증,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귀국 후 창업…어부서 기업인으로 변신
팡리씨는 “한국에서 배운 관리경험을 그대로 적용해 책임과 보상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물량 소화를 위해 공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인생을 바꾼 한국연수기회를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기협중앙회 연수지원부장은 “외국인연수생 모범 사례집은 인권탄압 등 부정적인 모습만 집중 부각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한국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의 땅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자”라며 “연수업체에게는 연수생관리 지침서로서, 연수생에게는 코리언드림 실현을 위한 교훈서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연수생 모범사례집은 연수생에 대한 편견 없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범 연수업체 사례를 비롯,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수생들의 노력과 귀국 후 인생을 바꾸고 있는 연수생의 이야기가 3부로 나뉘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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