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제2 코란도’ 가속페달 밟는 쌍용차

그동안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변천과 발전사를 복기해 보면 쌍용자동차가 차지하는 위치와 그 의미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쌍용자동차의 대표 상징 모델은 1990년대에 등장한 4륜구동 무쏘다. 그리고 쌍용차의 코란도가 SUV 신화를 쓰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로 자리매김을 했다. 지금도 공도를 달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90년대 출시한 무쏘와 코란도가 질주하는 걸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무쏘와 코란도를 ‘클래식 카’로 존중하면서 튜닝을 해서 멋스럽게 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쌍용차의 사업적인 질주는 1998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0년 넘게 위태위태한 경영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나 지난 2004년에는 중국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합병(M&A)하면서 회생의 기미가 보였지만, 결국 ‘잘못된 만남’이었다. 인수 당시 상하이차는 ‘4년간 1조 2000억원의 투자’ ‘고용승계’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유가 급등현상이 발생하자 주력 차종인 SUV 차량 판매 대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영난에 직면했고, 결국 상하이차는 2009년 쌍용차를 다시 법정관리에 넘긴다. 그 사이 상하이차는 쌍용차가 독보적으로 비축하고 있던 SUV 제작 기술력을 고스란히 빼갔다. 이를 두고 소위 ‘먹튀’ 논란으로 불렀다. 이후 쌍용차는 법정관리 가운데 법정관리에 근로자 2600여명을 정리해고 하게 되고 노사 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라는 초유의 전면 파업과 투쟁이 이어졌다. 이후에는 다시 쌍용차와 노조는 해고규모를 조정해 희망퇴직자·무급휴직자 등을 제외한 165명을 최종적으로 정리해고하게 된다.

인도와 손잡고 새 출발
쌍용차는 2011년 3월 극적으로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고 그해 4월 인도의 마힌드라앤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다. 지난 10여년간의 뼈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현재는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쌍용차를 떠난 직원들도 복직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의 역사를 뒤져봐도 제조 대기업이 2번의 법정관리를 겪고 2번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이렇게 회생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쌍용차의 아픈 10년을 단숨에 만회하게 된 원동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티볼리’ SUV 모델일 것이다. 티볼리는 지난 2015년 1월에 출시가 됐는데, 소형 SUV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지난 2년 동안 약 10만대의 판매 기록을 달성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2016년 쌍용차가 흑자전환에 성공한 배경에는 이러한 티볼리 브랜드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서 쌍용차가 기적의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은 누가 뭐라해도 전임 사장인 이유일 부회장일 것이다. 그는 2009년 법정관리인으로 어수선했던 쌍용차의 경영 운전대를 맡았고 2011년 마힌드라그룹으로 인수된 뒤 CEO로 임명돼 2015년 3월까지 쌍용차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리고 역전 홈런을 치게 만든 티볼리 프로젝트는 마힌드라로 경영주가 바뀐 시점부터 진행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 출시한 ‘G4’ 렉스턴 프로젝트 또한 그가 이 시기에 그렸던 미래 비전이었다.
이유일 부회장은 티볼리의 흥행을 보고 딱 거기까지가 자신의 소임이라고 밝히면서 대표이사직 퇴임을 선언한다. 그가 지지부진했던 법정관리 졸업 문제와 해고자들과의 협상 등 쌍용차의 가장 곪은 부분을 아물게 한 공적도 있지만, 티볼리의 화려한 데뷔를 완성한 이후 명예로운 퇴진을 한 CEO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자신의 성과에 휩싸여 장기집권에 욕심을 낼 수도 있을 법했지만, 그는 자신의 신조를 지켰다. 쌍용차의 회생이 제조 대기업 역사에서도 아주 귀한 사례라고 한다면, 이유일 부회장의 이러한 경영행보도 흔치 않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 3위를 맛보다
지난 9월은 쌍용차 임직원들에게 감격스러운 한달이었다고 한다. 9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 집계가 발표됐는데, 쌍용차가 창립한 이래 63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자동차 판매량 순위에서 3위에 진입을 했던 것이다. 사실 쌍용차는 세단보다는 SUV에 거의 올인하면서 자동차 시장 싸움을 하고 있는데, 티볼리, G4렉스턴 등의 주력 SUV 모델들로만 3위 자리를 달성했다는 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1, 2위를 선점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3위 자리는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 등이 다투는 실질적인 선두자리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쌍용차를 견인하는 건 앞서 밝힌대로 티볼리와 G4 렉스턴이다. 두 주력모델이 9월 내수 9465대, 수출 3703대 등 총 1만3168대를 판매해 올해 월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올 1분기까지만 해도 르노삼성과 내수 4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지만 G4렉스턴 출시 이후 르노삼성과 격차를 벌리더니 결국 한국GM까지 제쳤다.
2015년 이후 쌍용차의 가속페달을 밟은 장본인은 최종식 사장이다. 그는 지난 1977년 현대차에 입사한 후에 현대차에서 수출기획부장을 시작으로 승용마케팅부장, 경영관리실장 등 가장 중요한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 특히나 현대차의 미주판매법인장, 중국 화태자동차 부총재까지 맡으면서 해외시장의 영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불렸다. 지난 2010년 쌍용차 영업부문장으로 부임한 최종식 사장은 그렇게 쌍용차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
이제 쌍용차의 재무제표도 파란불이 들어왔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280억원을 올려 2007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했고 매출도 3조628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 영업통’인 최종식 사장의 지휘 아래 쌍용차는 영국을 시작으로 중동, 중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 G4렉스턴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더욱 단단해진 노사 관계
쌍용차는 앞서 밝힌 대로 2번의 인수합병을 견뎌내면서 노사 화합에 있어 다른 경쟁 업체보다 더욱 단단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의 노사가 매년 갈등을 하는 것이 바로 임금협상인데, 쌍용차는 지난 6월초에 임금협상을 시작해서 45일 만에 마무리했다. 이는 동종 업계 중에 가장 빠른 시간이었다. 특히나 지난 2010년 이후 임금협상 문제로 인한 노조 파업 등의 분란 없이 8년 연속 안정적인 생산시스템 가동을 하고 있다. 쌍용차 메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평택 공장 가동률은 9월 들어 90% 수준까지 높아졌다.
과거의 쓴 잔 속에서 쌍용차의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가야할 길을 확실하게 깨달은 것 같다. 2004년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된 이수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만 해도 만성적자와 부채비율 500% 초과라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새롭게 쌍용차의 경영주가 됐지만, 그들은 ‘지배는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경영 원칙에 따라 최종식 사장을 필두로 쌍용차의 임직원을 신뢰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건실한 경영주를 만나서 쌍용차가 회생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쌍용차 임직원들이 성실하게 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쌍용차의 미래 모습은 ‘글로벌 SUV 기업’이다. 내년에 최종식 사장은 럭셔리 픽업트럭을 출시한다고 한다. 프로젝트 명은 ‘Q200’이다. 요즘에 해외에서는 레저 활동이 대중화되면서 넉넉한 짐칸이 있는 픽업트럭의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다. 아무튼 쌍용차는  지난해 15만대 수준인 연 생산량을 향후 50만대로 늘리는 게 목표이며 이 가운데 30만대는 해외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해외 거점 시설도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삼서기차그룹과 합작회사 설립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고 올 들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스남이란 기업과 현지 조립 생산을 위한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사우디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금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등도 쌍용차의 티볼리, G4렉스턴 등의 SUV 흥행을 반면교사로 자신들만의 SUV 신 모델을 출시 중이다. 쌍용차로서는 이러한 경쟁 업체들의 공격이 반가울 리가 없다. 그렇다고 내수 시장에서만 싸우다 보면, 언제가는 시장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최종식 사장은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쌓았던 해외시장에서 쌍용차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쌍용차가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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