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의 인문경영학] 대기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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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 대기만성
  • 중소기업뉴스팀
  • 호수 2143
  • 승인 2017.11.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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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 어려운 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사람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요직을 차지하면 남들보다 더 뛰어난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조직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사람들로부터 훌륭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은 물론 스스로도 이런 대접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고전에서는 너무 이른 출세를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중국 송나라의 학자 정이는 인생의 가장 큰 불행으로 다음의 3가지를 들었다.
먼저 소년등과(少年登科),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출세하는 것이다. 그 다음 석부형제지세(席父兄弟之勢)로 권세 있는 부모형제를 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 재능이 뛰어나고 문장력이 탁월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 모두를 정이는 ‘인생삼불행’(人生三不幸)이라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벼락출세를 하는 것은 그 자리에 합당한 덕과 경륜을 갖지 못한 것이다.
비록 타고난 재능이나 학식이 있더라도 덕과 인격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교만해질 수밖에 없고, 경험과 경륜의 부족으로 조그만 위기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사람들을 이끌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고 자신의 몸 하나도 간수하기 어려워진다.
어릴 때 천재로 칭찬 받던 사람이나 벼락부자의 자식들이 몰락하기 쉬운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나라를 어지럽힌 신하와 집안을 망하게 했던 자식은 재주는 넘치지만 덕이 부족하다”(國之亂臣, 家之敗子, 才有餘而德不足)고 말했다. 그리고 “이로써 거꾸러진 자가 많다”(以至於顚覆者多矣)라고 결론을 내린다.
인격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면 쉽게 교만과 방탕에 빠지게 되고 결국 불행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자신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집안을 함께 망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문제이다.
 <채근담>에 실려 있는 “곱지만 일찍 시드는 것은 담박하지만 오래가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일찍 빼어남은 늦게 이룸만 못하다”(濃夭不及淡久 早秀不如晩成也)라는 성어도 이러한 이치를 잘 함축하고 있다. 겉보기에 화려한 꽃은 곧 시들기 때문에 사시사철 늘 푸른 나무에 비할 수 없다. 한 때 바라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오래 가지도 못할뿐더러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 역시 화려하고 빠른 출세보다 꾸준한 노력으로 더 큰 그릇을 만드는 것이 좋은 법이다. 그래서 노자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했다. 큰 그릇은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구워야 만들어지듯이 큰 인물이 될 사람은 반드시 시간을 두고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각 분야의 지도자라면 조직을 이끌 때도, 사람을 키울 때도 남보다 빠른 결과, 눈앞의 성과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리더가 빠른 결과만을 요구한다면 직원들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올바른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게 된다. 심하면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대기만성의 인재를 놓칠 수도 있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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