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CAREER 실무형 인재 뽑기

수십년간 기술업계에서 판매 및 사업개발 전문가로 활동한 조지 맥아피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 친구에게 전화 한통만 돌리면 그만이었다. 그런 경험 탓에 올해 66세인 임원 출신 맥아피는 2달전 새 직장을 찾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4군데의 면접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과 리서치는 물론이고, 경영진에게 아시아 판매 루트에서 급여체계 구축까지 모든 것을 답변해야 했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걸린 기간은 3일이나 됐다.
현재의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기업들은 갈수록 입사지원자들이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최종지원자들은 즉석에서 과제를 풀고 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하고 신흥 시장을 조사해야 한다.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취업전문가 신시아 샤피로는 “기업들이 무엇을 원하든지 간에 구직자들은 그 일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고객 중 1명은 그래픽 디자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24시간 내에 10개의 안부 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또 다른 고객은 시장 조사를 하고 최고 경영진 앞에서 정식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지만,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통보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상황 면접, 시나리오 면접, 또는 행동 면접이라고 알려진 이런 사례 연구식 면접은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선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업종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심지어 특급 대우의 러브콜에 익숙한 고위임원들에까지도 이런 면접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의 고용 평가 제공업체 SHL의 집계에 따르면, 입사지원자를 심사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한 기업들이 지난한해 동안 65%나 증가했다. 물론 기업들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사람을 하나 잘못 뽑으면 생산성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소송에 휘말리거나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체 인력을 고용하면 2~3명의 월급을 더 지출하는 셈이 된다.
이처럼 예산이 빠듯해지면 직원들을 교육할 여력도 없어진다. 임원 전문 헤드헌터업체 데번 제임스의 콜린 엘리워드 사장은 “기업들은 곧바로 쓸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햄버거 체인 스매시버거(덴버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도 임원직 지원자들에게 캐나다 판매 증진 방안부터 매장 브랜드 작업까지 광범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했다. 매장 매니저 지원자들조차 면접관이 까다로운 고객처럼 행동하는 ‘역할극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했다.
그러나 스매시버거의 최고 경영자 데이브 프로쿠펙은 이런 방식 덕분에 10~15개 정도의 참신한 경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체인점업계 선두를 따라잡는 방법과 어떤 무역 박람회에 참석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것도 있다.
스매시버거는 한 부사장 지원자가 광고 대행업체에 돈을 주고 프레젠테이션 보고서를 대신 작성했다고 시인하자 곧바로 그녀를 탈락시켰다. 사장을 영입할 때는 프로쿠펙이 직접 최종 지원자들에게 영업활동이나 브랜드 작업, 부동산 전략에 관해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했다. 그중 2명은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겠다며 중도하차했다. 3번째 지원자였던 스캇 크레인은 경쟁업체 조사와 레스토랑 직원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았고, 프레젠테이션을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저녁식사 도중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는 성의까지 보였다. 결국 그가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어떠한 직위든, 자리든, 취업에 성공하려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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