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는 흔히 ‘보루네오’라 알려져 있는 섬의 북부 중앙에 위치한 작은 왕국이다.
보르네오섬 북부에는 말레이시아의 ‘사바’주와 ‘사라왁’주가,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브루나이’왕국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부는 인도네시아 영토다.
이 나라는 석유를 배경으로 말레이시아 연방에 합류하지 않고 1960년대 독립했다. 세계적인 부자에다 자동차 수집광으로 유명한 볼키아 국왕이 다스리는 이 나라는 수도인 ‘반다르 스리 베가완’을 비롯한 4개 지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인구 3만5천명, 넓이 5천760평방Km(남한의 17분의 1)의 작은 이슬람 왕국이다.
흔히 브루나이는 ‘세금이 없으며, 아주 살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세금이 없다’는 것은 진실도 거짓도 아니다. ‘소득세’만 없다. 소득을 대단히 많이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횡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은 인구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사업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가는 싱가폴 수준으로 높다. 브루나이 달러는 싱가폴 달러와 연동돼 같은 가치를 유지하는데, 햄버거 세트 메뉴가 우리 돈 6천500원 이상이며 말레이시아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세계 최고 부자왕과 가난한 국민들
또한 시내 중앙에 위치한 호화 쇼핑몰은 ‘왕의 재단’ 소유다. 역시 소득세를 안 낼 것이다. 아직도 태반이 ‘양철지붕’밑에 사는 국민들은 주말마다 장을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국경을 넘는다.
브루나이는, 한마디로, ‘왕과 왕의 가족을 위한 나라’다. 또 ‘왕의 신하들’도 일반 백성 위에 군림하는 나라다.
많은 사람들이 브루나이로 떠나려는 기자에게 말한 것이 바로 “거기가 그렇게 살기 좋다는데요”였다. 그러나 브루나이 가는 길은 처음부터 고통의 시작이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브루나이 수도까지 비행시간은 2시간 10분. 그러나 여객기는 출발부터 1시간 반이 지연됐다. 아무 설명도 없었던 출발 지연 이유는 브루나이에 도착한 다음 선명해졌다. 여객기가 공항에 도착해 들어가자 벤츠 등 고급 승용차를 뒤에 세운 여러 사람들이 비행기 트랩 앞으로 몰려들었고 한 중년 여성과 작은 두 아이가 내리더니 검은 벤츠를 타고 2대의 검은 밴의 호위를 받으며 사라졌다.
잠시후 기장은 “미리 알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공주 전하께서 내리셨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잠시 더 기다려 주십시오. 비행기는 뒤로 갈 수 없으므로 비행기를 여객터미널 쪽인 뒤쪽으로 끌고 갈 차를 기다려야 합니다”며 승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결국 승객들은 내리기까지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2시간 비행 예정에 지연시간이 2시간. 3명의 왕실 가족을 내려주기 위해 여객 터미널을 지나 비행기를 세우고 승객들은 다시 차가 비행기를 뒤로 끌고간 다음에야 내릴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브루나이다.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
‘왕립 브루나이 항공’ 여객기를 이번 일정에서 모두 4번을 탔는데, 두번째는 40분 비행예정 시간에 35분 출발지연, 세번째도 비행시간과 맞먹는 출발지연, 네번째는 정상운행이었지만 일부 승객의 좌석이 겹쳤다. 사업 관계나 중요한 약속, 혹은 다른 여행지로의 환승을 위해서 항공여행을 할 때라면 절대 ‘왕립 브루나이 항공’을 이용할 일이 아니다.
공항에서 기다리기로 한 호텔 미니버스는 나와 있지 않았고, 2번의 전화 끝에 45분만에 나타난 미니버스는 단 5분 만에 기자를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운전사는 나의 항의에 “택시타지 그랬냐?”하며 거꾸로 더 화를 내고 운전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하룻밤 100달러의 호텔 방은 소위 ‘장급’여관 수준에다가 변기가 고장이었고, ‘왕립 브루나이 항공’의 패키지 여행이 보장했던 저녁식사는 제공되지 않았다.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가기 위해 탄 택시는 ‘미터기’가 없어 ‘부르는 게 값’이었고 지리에 어두운 외국인은 당연히 ‘봉’이었다.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공항에서 각 호텔까지만 규정요금이 있고 나머지는 ‘흥정’이라는 설명이 되돌아 왔다.
브루나이의 석유는 2020년이면 고갈된다고 한다. 브루나이·말레이시아 국경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상인은 그 말을 내게 해주며 자못 ‘고소하다’는 표정이었다.
왕궁 공연을 위해 마이클 잭슨 등 당대의 유명 연예인을 개인적으로 초청할 수 있는 세계적인 부자가 왕인 나라. 1년에 사흘, 이슬람 새해 때 모든 국민들에게 모두 9끼의 식사를 왕궁에서 무제한으로 제공하고는 362일 동안은 왕궁 문을 닫아 잠그고 사는 왕의 나라. 왕과 왕자, 공주, 일부의 귀족들이 국무총리와 정부의 요직을 겸하는 나라.
브루나이 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왕족과 손잡는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것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