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비즈니스호텔 등 신개념 호텔‘선구자’…‘아시아 호텔왕’시위 당긴다
인천 송도에 있는 ‘경원재 앰배서더’는 국내 한옥 호텔 중에 가장 럭셔리한 걸로 유명하다. 인천 송도에는 유명한 호텔이 많은데, 쉐라톤도 있고 오크우드도 있다. 오크우드는 지상 305미터 68층 규모의 동북아무역타워에 있으니까 전망이 탁월할 게 틀림없다. 그런데, 인천 송도에서 숙박을 할 일이 생기면 제3의 호텔에 먼저 눈길이 가고, 그곳은 바로 경원재 앰배서더다.
미래 도시를 표방한 송도에서 경원재 앰배서더는 고색창연한 한옥 호텔을 자랑한다. 경원재 앰배서더에서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데, 조상들이 감상했던 산을 초고층 빌딩이 대신하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풍류는 같다. 경원재 앰배서더는 겉모습만 한옥인 호텔이 결코 아닐뿐더러 몸은 양옥인데 지붕만 기와인 가짜가 아니란 얘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인 최기영 대목장이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올렸고 중요무형문화재 제121호인 이근복 번와장이 기와지붕을 올렸다.
옻칠부터 가구 하나까지도 모두 명장의 손길을 거쳤다. 대신 최고급 호텔답게 한옥의 불편함은 말끔하게 해소했다. 욕실엔 히노키탕까지 있다. 한옥의 장점과 호텔의 장점만 모아놨는데, 객실은 고작 30개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영장은 아이들로 붐비고 아침 식사는 줄서서 해야 하는 시내 호텔과는 다른 고즈넉하고 도심의 고요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호텔이 또 없다.

새로운 호텔문화 만드는 토종 호텔리어
경원재 앰배서더는 앰배서더 호텔 체인이 주는 다양한 스타일 가운데 하나일 뿐이란 걸 알아야 한다.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호텔시장의 침체기 속에서도 경원재와 같은 눈에 띄는 호텔을 만든 토종 호텔리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최근 들어 해소되고 한·중 관계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국내 호텔은 모두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2016년 5월에 서정호 회장은 500억원을 들여 인천 송도에 5성급 한옥식 호텔인 경원재 앰배서더를 열었고, 반응은 뜨거웠지만 아무래도 사드 영향으로 빛이 좀 바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 지난 10월에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풀만에서 글로벌 호텔 운영사 아코르호텔과의 제휴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번에는 호텔 콤플렉스를 내세웠다.
서울 용산에 새로 오픈한 ‘서울드래곤시티’에 앰배서더 계열 그랜드머큐어앰배서더, 노보텔스위트앰배서더, 노보텔앰배서더,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 등 총 4개 브랜드를 1700여개 객실 규모로 개관한 것이다. 일반 비즈니스급 객실부터 하루 숙박에 수백만원이 넘는 6성급까지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지난 9월30일 여의도 불꽃축제를 맞아서 한강조망 객실 예약을 시범적으로 받았는데, 모두 완판하면서 흥행의 조짐을 보였고, 최근에는 사드 문제가 풀리면서 중국 쪽의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앰배서더와 제휴 관계에 있는 아코르호텔은 전 세계 130여개 국가에서 4000개가 넘는 호텔 체인을 보유한 세계적인 프랑스계 호텔 체인 기업이다. 아코르호텔이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 기업과 30년 협력관계를 유지한 건 앰배서더호텔그룹이 유일하다고 한다. 두 한국과 프랑스 호텔기업이 합작해 만든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의 호텔체인은 국내에서도 만날 수가 있는데, 풀만·노보텔·머큐어·이비스·이비스스타일 등 19개 호텔 체인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든든한 제휴 관계 덕분에 서정호 회장이 경영하는 앰배서더호텔그룹은 전국 6개 도시에서 23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규모 면에서 국내 1위 호텔 체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정호 회장은 ‘한국의 호텔왕’인 것이다.

代를 이어 토종 브랜드 키우다
앰배서더 호텔이라고 하면, 외국의 유명호텔의 체인이라고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원래 이 호텔의 시작은 지난 1955년에 문을 열었던 ‘금수장’이라는 작은 숙박업소에서부터 출발한다. 개인이 만든 호텔 중에 앰배서더의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서정호 회장의 아버지인 고 서현수 창업주는 1965년 금수장의 이름을 지금의 앰배서더로 바꾸는데, 그 이유는 해외 사람들이 보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Ambassador) 같은 호텔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지었다고 한다.
서정호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립대학에서 호텔 경영학 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현지에 있는 작은 호텔에 입사해 주방일부터 객실, 관리부서일까지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의 앰배서더로 자리를 옮겨서 1985년부터 앰배서더 총지배인으로 호텔 경영에 참여했고, 1992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25년 넘게 호텔경영의 최고 결정권자로 뛴 서 회장은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다.
우선 1988년 무렵 경영권을 받은 지 3년이 된 시점에서 세계적 이벤트인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서 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왔을 때 앰배서더의 브랜드가 낯설어서 크게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앞에서 설명했던 아코르호텔에 문을 두들겼고, 마침 올림픽 개최와 한국경제의 발전 모습에 힘입어 합작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은 앰배서더호텔의 첫번째 도약대였던 셈이다.

비즈니스호텔의 대명사가 된 앰배서더
그 이후 서정호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국내 호텔 시장의 변화를 꼼꼼하게 따져봤다. 그런데 강남을 중심으로 미국 스타일의 럭셔리 호텔이 붐업을 일으켰다. 그래서 1993년에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강남을 오픈해 그 기류에 편승했고, 1997년에는 아무도 진출하지 않았던 서울 서남권 특급호텔 시장에 먼저 나서서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독산을 개관했다. 당시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 등 주변에는 연구소, 벤처기업 등은 속속 생겨나고 있었지만, 해외 바이어들이 가까운 곳에 묵을 호텔이 없었다. 오픈을 하자마자 예약은 빗발쳤고 지금도 흥행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 비즈니스호텔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특급호텔에 맞먹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이비스스타일 앰배서더 서울강남을 시작으로 비즈니스호텔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이른다. 해외 바이어는 물론, 국내 기업인, 직장인들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앰배서더의 비즈니스호텔에 숙박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졌다. 현재 앰배서더는 이비스버젯 앰배서더, 이비스스타일 앰배서더의 브랜드를 통해 비즈니스호텔 시장에서 가장 빨리 앞서나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토종 호텔 브랜드를 일으켜 세운 서정호 회장에게 숙제 역시 많다. 현재 한국의 호텔시장은 비즈니스호텔부터 특급호텔까지 포화상태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2012년부터 호텔 건립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서울시내에만 지난해 기준으로 348개의 관광호텔이 영업 중이다. 그런데 최근 사드 문제로 관광객 숫자가 감소하면서 모든 호텔들이 경영비상에 빠졌던 것이다. 앰배서더도 한국에서 아무리 1위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해외 진출은 아직 못했다는 약점이 있다.
그렇지만 서정호 회장이 이끄는 앰배서더의 2018년은 긍정적이다. 우선 드래곤시티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경원재와 같은 특출난 분위기의 호텔 사업도 국내 어느 호텔기업보다 진취적으로 진행 중이다. 앰배서더가 한국에서 수성을 유지하면서 아시아 지역에 호텔 브랜드 진출이라는 공성을 펼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앰배서더는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진출도 저울질 중이다. 한국의 호텔왕이 ‘아시아의 호텔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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