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냉랭했던 외교 관계가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중 정상끼리 만나 미래지향적인 발전 관계에 대해 약속을 하고, 상호 경제협력에 대한 의지도 다졌다.
지난 7월 G20정상회의에 이어 지난 11일 넉달만에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관계 정상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관계개선의 최대 장애가 돼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분명한 마침표를 찍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추진한다는데 양국 정상이 뜻을 모은 것. APEC 정상회의 기간인 11일 베트남 다낭의 중국 측 숙소인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시작된 양국 정상회담은 나란히 붉은 넥타이를 매고 웃으며 악수했고 모두발언에서부터 관계개선에 대한 양국 정상의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시 주석은 “양측의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고 전제한 뒤 “한·중 양국은 각자 경제사회 발전, 양자관계의 발전적 추진, 세계평화의 발전에 있어 광범위한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다. 양국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 시기(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 낸다’는 중국 사자성어인 매경한고(梅經寒苦)와 ‘비온뒤에 땅이 굳는다’는 우리 속담을 인용한 뒤 “한·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한·중 간에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양국간 관계정상화 합의를 한데 대해 “한·중 외교당국 간 협의를 통해 두나라 사이에서 모든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로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중 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중 수교 25년…내년 관계 회복 관건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2년 수교 당시 63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던 한·중 교역량은 2016년 33배인 2114억달러로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15.7% 늘어난 셈이다. 중국기업들에게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로 손꼽힌다. 양국의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지난 2012년 코트라가 수교 20년을 맞아 중국 현지기업 502개사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상호 인식과 평가를 조사한 결과, 중국기업들은 향후 아시아에서 중국에 가장 중요한 국가를 한국(41%), 일본(30.9%), 인도(15.3%), 아세안(11.2%) 순으로 답했다.
한국기업의 경우 중국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82.2%로 압도적인 1위였고 이어 아세안(8.8%), 인도(6.6%)로 조사됐다. 중국기업들은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해 ‘동반자’(69.5%)란 대답이 ‘경쟁자’(29.7%)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중국진출 한국기업들은 55.6%가 향후 한·중 관계를 ‘동반자’라고 답해 ‘경쟁자’(42.2%)란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렇듯 한·중 기업 간의 관계는 국가 간 외교적 마찰을 일으켰던 사드배치 문제를 넘어서면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11월 들어서면서 양국 정상이 한·중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간 교류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11일에 열린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판매 행사에서 한국기업들의 브랜드가 부각된 점도 실질적인 사례다. 단 하루 동안 진행된 광군제 행사에서 중국은 총 28조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총 거래액 기준 대비 해외 수입상품 판매 순위에 한국은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5번째 순위로 올라갔다.
지난해 일본, 미국에 이어 3번째 순위였던 것에서 2단계나 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한·중 관계의 현실에 비춰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사드 갈등으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한류 금지령도 유지되고 있는 와중에 한·중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광군제 할인행사의 광고에 한류스타 전지현이 등장한 것도 한류 경제의 회복 조짐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전지현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광군제 판촉광고에 얼굴을 실었고 베이징 지하철에 한 화장품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관광업계 내년 2월 춘절 유커방문 기대
한국과 중국 정상이 양국 관계복원을 공식화하면서 사드 갈등으로 급감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2월 춘절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중국 당국의 금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현지 관광업체가 한국행 단체관광상품을 당장 만들지는 못하고 있지만 오는 12월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금한령도 해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광업계는 본격적인 유커 방문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단체 관광상품을 다시 만드는데에는 최소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도 빨라야 내년 2월 중국의 춘절 관광상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발 크루즈선을 타고 한국의 각 항구에 내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볼 수 있는 시기도 춘절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자체 중에서는 부산관광공사가 적극적이다. 사드 보복 조치 와중에도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부산 도시 마케팅과 관광설명회를 개최한 부산관광공사는 한·중 관계 개선을 계기로 중국 여행사를 대상으로 팸투어와 온라인 마케팅을 재개할 예정이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1000~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형 인센티브 관광 3건을 내년에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중국 기업과 본격적인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부산의 기업인과 관계 기관 등 100여명이 지난 13일 상하이에 위치한 한국기업전용공간인 ‘상하이 중·한 창업혁신파크’를 찾아 기관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부산지역 기업인들이 중국 진출 목적으로 상하이 중·한 창업혁신파크에 입주하면 상하이에서 법인설립, 인허가, 엑설러레이팅, 엔젤투자 등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무역협회는 한·중 정상이 관계 개선에 합의한 이후 민간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무역촉진단을 파견했다.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과 패션잡화 등 분야의 29개 기업으로 구성된 무역촉진단은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바이어와 사업 상담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14~15일 양일간 해외 각국의 바이어를 국내로 직접 초청해 국내 중소기업과 1대 1 수출상담을 진행하는 ‘2017 해외유력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도 중국 바이어사 5개곳이 참석해 한국의 우수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수출상담을 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중국사업 재시동 속속 ‘스타트’
대기업 가운데 물류 및 기술투자에서는 CJ대한통운이 경제협력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CJ대한통운 지난 16일 중국 자회사 CJ로킨 본사에 첫 해외 연구개발(R&D) 단지인 ‘TES 이노베이션센터 차이나’를 상하이에 개관했다. TES란 기술, 엔지니어링, 시스템·솔루션의 약자다. 중국 CJ로킨에 CJ가 보유한 TES를 전수, 이식해 경쟁력을 확대함으로써 급성장 중인 중국 물류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다.
새로 개관한 센터는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분류, 패키징, 관제 등 물류분야에서 중국 특화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어 중국 현지상황에 맞는 컨설팅과 마케팅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센터는 경기도 군포의 CJ 복합물류터미널 내에 있는 TES센터에 이어 2번째다. 국내 물류기업 중 처음으로 해외에 설립한 R&D 센터이기도 하다.
중소기업들도 하나 둘 중국시장의 문을 다시 두들기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A사 대표는 “2년전 마스크팩 수출 계약까지 갔다가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취소가 됐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중국에 좋은 유통체인망을 보유한 기업과 MOU를 맺으면서 내년 상반기에 수출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을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드 갈등으로 중국 완성차 수출이 지지부진해져 어려움을 크게 겪었던 중소 자동차부품 업계도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부품업체 B사 대표는 “올해 국내 자동차 수출은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완성차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 역시 매출 감소와 가동률 저하 등으로 경영난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갈등의 여파로 1년 전보다 40% 이상 급감한 중국시장 판매가 내년에는 사드 해빙 무드를 타고 다시 상승세를 보이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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