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고석정은 한탄강이 내세우고 철원땅이 자랑하는 최고의 관광명소다. 한탄강 물줄기가 고석정에 이르러 펼쳐 놓는 풍광은 가히 절경이다. 여름철이 아니고서는 그저 잠시 둘러보는 여행코스중 하나다. 겨울철 썰렁한 이곳의 놀이랜드도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멈춰서 있다. 하지만 철원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맘때다. 바로 철새가 찾아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철새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고석정 관광지 안에서 미리 신청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철의 삼각지대를 찾기 위해 고석정 관광지 안에 있는 ‘철의 삼각 전적관(033-455-3129)’에서 견학 신청서를 낸다. 당일 신청을 해서 선도차량의 인솔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해 30분 간격으로 오후 2시까지 하루 4번 신청이 가능하다. 입구의 주차비와 입장료 티켓을 구입하고 신분증을 소지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 안내방송이 나오면 출발하게 되는데 군에서 정해놓은 코스 이외에서는 차를 멈출 수가 없다.
이곳은 1989년부터 민간인 출입이 허용됐지만 여전히 절차가 까다롭다. 예전보다 자유도 줄어들었다. 관광객의 월북사건 탓에 군부대와 군청간의 협약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철새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안고 오전 9시30분에 고석정을 출발한다. 앞에 있는 선도차량은 관광차 한 대와 달랑 나뿐이다.
민통선 안에도 마을이 있다. 양지리라는 곳에는 철새관람지라는 팻말이 있다. 이곳에서는 쌀농사를 짓는데 철원의 특산물로 쌀을 꼽는다. 달리다 보니 포기했던 철새가 평원에 나와 한가롭게 먹이를 쪼아 먹고 있다. 꼬리가 재색이고 몸집이 큰 것으로 보아 두루미가 틀림없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재두루미는 아니었지만 차를 멈추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멀리 쇠기러기의 군무떼도 보인다.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므로 안심하고 먹이를 찾아 나선 철새가 차창으로 볼 수 있게 된 듯하다. 맨처음 들른 곳이 제2땅굴이다.
1975년 3월 19일에 발견된 제2땅굴은 제1땅굴보다 규모가 크다고 한다. 헌병 완장을 차고 있는 군인들에게 안전모를 전해받고 천천히 땅굴로 들어간다.
철원북방 13km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된 이 땅굴은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킬 수 있는 광장까지 갖춰 놓았고, 출구는 세갈래로 분산시켜 놓았다. 제2땅굴은 발굴된 땅굴 중 가장 규모가 크며 한 시간 안에 3만명의 병사가 침투 가능한 규모다. 땅굴앞에는 그곳에서 발견된 여러 가지 북한물품이 전시돼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 재미있는 생활용품도 많다. 술, 담배, 시계, 라디오 등등.
다시 나와 철의 삼각지 전망대에 이른다. 양구에서 답사차 왔다는 학생들은 월정리 역 앞에서 강의 듣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패주하면서 열차 앞부분을 가지고 가서 지금은 뒷부분 객차 잔해만 녹슨 채 남아 있다.
원래 경원선은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의 강제 동원에 의해 1914년 8월 강원도내에서 제일 먼저 부설됐다. 서울에서 원산까지 223.7km를 연결하는 산업철도로서 철원의 생산물을 수송하는 간선철도 역할을 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팻말하나뿐. 월정리역을 벗어나 전망대에 오른다. 날씨가 맑은 덕분에 망원경 너머로는 세세하게 북한땅이 펼쳐진다.
평강고원, 김일성 고지, 피의 능선까지 한 눈에 조망된다. 농산물 특산품 코너에서 자연산이라는 삼지구엽초 한박스를 구입하고 내려오니 신분증을 돌려준다. 원래는 노동당사 앞에서 주는 것이 원칙이나 이것으로 관람의 끝을 맺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 외 백마고지를 둘러봐도 좋고 바로 앞에 있는 노동당사를 거쳐 도피안사를 코스로 택해도 좋다. 노동당사는 해방 이후 북한이 한국전쟁 전까지 사용한 철원군 당사이다. 철원, 김화, 평강, 포천 지역을 관장하면서 애국인사들을 체포, 구금, 고문, 학살했던 악명 높은 곳으로, 뒤쪽 방공호에는 당시의 고문 흔적을 보여주는 인골, 실탄, 낫, 철사 등이 남아 있다. 도피안사는 여전히 중창불사로 어수선하다.
이곳에서는 신기의 금개구리가 출현해서 TV에 소개됐다고 한다. 그것도 아무에게나 비쳐지는 것이 아니란다. 그 외에 직탕폭포나 삼부연 폭포쪽도 연계하면 좋을 듯하다. 삼부연폭포에서 자연석굴을 지나면 용화리. 그곳에 있는 석간수 맛이 시원하고 달다.

■자가운전 : 43번 국도 이용-운천-신철원 사거리를 지나 문혜리에서 좌회전해 463번 지방도를 타고 승일교를 건너면 고석정 관광단지.
■별미집·숙박 : 고석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기와집 순두부집이 괜찮고 신철원에는 30년 이상의 연륜을 가진 신철원막국수집(033-452-2589)이 소문났다. 숙박은 고석정의 철원온천관광호텔(033-455-1234)이나 삼부연호텔 등이 있다. 그외 세이펜션, 그린 밸리(033-458-3900) 펜션이 있다. 또 콘도가 있는 산정호수 쪽을 기점으로 움직여도 괜찮다.

이 혜 숙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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