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고객을 최우선시하고 모험심이 강한 아마존 제국의 CEO 제프 베조스(사진)는 월가가 그만의 독특한 수익 창출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윤이 높은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경계해야 한다.
제프 베조스는 ‘읽기’를 좋아한다. 그가 기업가치 1000억달러짜리 도서 판매 사이트 아마존의 최고경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마존의 CEO인 베조스가 ‘손으로 쓴 글’을 좋아하고, 이를 회사 운영을 위한 주요하고 독특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최고 경영진 ‘S팀’(S-team)과의 회의는 ‘손으로 쓴 글’을 읽으며 조용히 시작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조스를 포함한 참석자들은 회의 시작 전에 30분 동안이나 한마디 말도 없이 6장 길이의 메모를 읽는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책 판매회사다. 그럼에도 이들은 종이의 여백에 노트를 해가며 메모를 읽고, 메모를 모두 작성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글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린다.
아마존의 경영진은 이 메모를 ‘이야기’라고 부른다. 베조스는 파워포인트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에겐 이런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제프 베조스는 “신입 직원들에겐 상당히 낯선 경험이 될 것”이라며 “다수의 경영자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조용히 ‘자습시간’을 갖는 게 익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베조스는 함께 무언가를 읽으면,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메모 작성은 숙달하기 더 어려운 기술이다. 그는 “완전한 문장을 쓰는 게 더 어렵다. 문장에는 적절한 동사가 필요하고, 단락마다 주제 문장도 필요하다. 이야기 방식으로 6장 길이의 글을 쓰려면 명료한 사고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제프 베조스는 언제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안정적인 수익 성장을 요구하는 월가의 요구를 무시하고, 최고 경영진에게 기교 있는 메모 작성을 요구하고, 수익성이 미미하고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사업을 시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베조스는 무작위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메모 작성처럼 그의 행동은 명료한 사고와 일관된 비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경쟁 기업들이 아마존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베조스는 ‘교란의 달인’(ultimate disrupter)이다. 그는 도서 사업을 완전히 뒤엎어 놓았고, 전자제품 판매업체들을 문 닫게 했다. 아마존은 고급 여성복 판매, 장편 영화 제작, 그리고 아이패드급 태블릿 PC 생산까지 거의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사업체들에게 초저가 데이터 베이스 소프트웨어도 판매하고 있다.
베조스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돈을 잃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고, 아마존의 주가는 올해 30%나 급등했다. 사업을 확장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동안에도 베조스는 흔들림 없이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열중했다.
아마존은 킨들 시리얼즈(Kindle Serials)라는 새로운 전자책(e-book) 서비스를 출시한 원조다. 1.99달러만 내면 추가 비용 없이 연재물의 새 에피소드들을 킨들로 받아 볼수 있다. 킨들 시리얼즈는 올해 600억달러 매출이 예상되는 아마존의 수익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전자책을 상용화하도록 출판업계를 압박한 것은 소비자를 위한 제안이었다. 독자들은 우선 저렴한 가격에 만족했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문화적 요소가 경쟁력 강화에만 치중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며, 소비자들은 이 문화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은 아침에 샤워를 할 때, 경쟁 회사들보다 앞서나갈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우리는 샤워를 하면서도 고객을 위해 무엇을 개발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베조스와 스티브 잡스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베조스는 잡스가 애플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을 위한 장기적 지향점을 고집스럽게 고수해 왔다. 잡스와 마찬가지로 월가를 약간 경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애플 직원들처럼 아마존 직원들 또한 자신들의 회사에 대해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역시 잡스처럼 베조스도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해 온 놀라울 정도로 충직하고, 영리한 최고 경영진을 곁에 두고 있다. 그들은 회사 안팎으로 베조스의 권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면에서 이 두 회사와 설립자들은 정반대다. 애플과 달리 아마존은 모든 부문에서 저렴한 가격과 낮은 마진을 추구 해왔다. 베조스는 ‘너의 마진은 나의 기회다’라는 격언을 좋아한다.
애플은 자사의 플랫폼을 이용해 고수익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아마존은 저렴하고 수익률이 낮은 제품을 판매해 플랫폼 규모를 키우려 한다. 세기의 CEO라 불리던 잡스가 없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프 베조스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펼치고 있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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