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새 정부 출범 195일 만에 장관 18자리의 인선이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8일 만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 52일 만에 장관 인사를 마무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어진 편이다. 멀리는 출범 174일 만에 조각을 마친 김대중 정부의 기록을 경신한 최장기 지각 내각의 완성이다.

역대 최장기 ‘지각 내각’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당시부터 청와대가 음주운전 경력이 있다고 밝혔으나, 조 후보자가 음주운전과 관련 거짓 해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교수 재직 당시 학생들에게 막말을 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독특하게도 종교관이 문제가 됐다. 그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기독교 성경 내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겠다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하다가 후보 지명 다음 날 이사직을 사임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안 전 후보자는 음주운전 고백, 여성 비하 표현 논란 등으로 지명 초기부터 논란을 야기한 가운데 ‘몰래 혼인신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내에서도 후보직 유지가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안 전 후보자는 지명 5일 만에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고, 문재인 정부의 장관 후보 중 첫 낙마자로 기록됐다.
일각에서는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에 연루된 인사는 공직에서 배제한다는 ‘5대 인사원칙’에 스스로 발목을 잡혀 인사가 늦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文대통령과 ‘개혁 성향’ 공유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그만큼 엄격한 기준으로 내각 인사를 검증한 만큼 경력과 전문성, 도덕성 등을 고려해 현 상태에서 최적의 인사를 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예산 분야를 두루 거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전문성과 능력이 검증된 인물로 내각이 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은 전문성 못지않게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할 개혁적 성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경기도 교육감 시절 개혁적인 교육정책의 대표주자였고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문 대통령과 여당에서 오랜 기간 국정철학을 공유해 온 정치인 출신이 많다는 점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개혁성향 인사들이 비교적 연령이 낮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61.2세로 박근혜 정부 1기 내각 장관들의 평균 나이인 59.1세보다 높다. 18명 중 60대가 13명이고 50대가 5명이다.

지역별 배분은 ‘비교적 무난’
탕평 인사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의 인사 기조에 맞춰 지역별 배분은 비교적 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경남이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광주·전남과 충청이 각각 3명, 전북과 대구·경북 출신이 각각 1명이었다.
18명의 장관 중 5명이 여성(여성 장관 비율 27.8%)으로 채워져서 내각 여성 비율 30%라는 목표에도 상당히 근접했다.
대학별로 장관 구성을 분석해 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SKY’로 불리는 대학 출신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대·연세대 출신이 각각 4명, 고려대 출신이 2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건국대·국제대·방송통신대·부산대·성균관대·충북대·한양대·해군사관학교 출신이 각각 1명씩이다. 과거 이력을 놓고 보면 정치인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수 출신 4명, 공무원 출신이 2명이다. 남성 장관 13명 중 9명이 만기전역·장교 등으로 병역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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