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리스크·토종 브랜드 맹반격에 멈칫…‘신차·프리미엄 전략’신년 구상
2017년 올 한해를 결산하면서 기업 포커스는 현대자동차와 중국시장을 통해 지난 1년의 재계 이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동차 산업이야말로 수많은 부품 제조기업들이 끈끈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중후장대형 산업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신차 1대가 수출한다는 이야기는 그 안에 들어가는 수십만개의 부품, 그리고 그것을 제조하는 수천곳의 생산기업의 노력과 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현대차의 지난 1년은 한국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제조 중소기업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를 이야기할 때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게 판매량이다. 지난달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는 총 42만2940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10월에 비해 7.3%가 늘어난 수치이지만 전년 동기대비 10.4%나 감소한 수준이다. 전년대비 감소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현대차의 미래 성장에 있어 적신호가 켜진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11월 판매량 가운데 국내를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35만9045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13.6% 줄어든 수치다. 한마디로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서 전체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대차의 판매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에서 사드 보복 문제로 한국 기업에 대한 각종 제재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지난 1년간 한국기업을 괴롭힌 화두는 바로 굳게 문이 닫혀버렸던 중국시장이었다. 중국시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글로벌 기업들에게 있어 제1 공략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드 보복이 극에 달했던 지난 6월까지 현대차는 전년대비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었다. 정말 참담할 정도로 사업이 힘들었던 순간들이었다. 그러다가 7월에 그 감소율을 한자릿수로 유지시켰는데, 11월 들어 다시 두자릿수로 감소율이 확대된 것이다.

100만대 팔던 중국시장 감소 추세
지금의 현대차를 완성한 성공 배경에는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속페달을 제대로 밟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2013년 이후 현대차는 매년 100만대 이상을 중국시장에서 판매하는 등 상당히 선전을 했다. 현대차의 성장속도를 두고 중국에서는 ‘현대의 속도’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였는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엄청난 성장 속도에 대한 감탄 섞인 표현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속도만 빠르다는 뜻에서 현대의 속도라고 애칭이 붙은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차는 철저하게 중국에서 현지화 전략을 잘 폈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빅뱅’처럼 급팽창하는 시기에 맞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이러한 투자를 통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은 현대차를 치열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필두로 캐나다, 인도, 러시아 등 거대 시장에서도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작용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현대차는 지난 2002년 중국 진출의 시작을 알렸는데, 이때 중국에서의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그룹과 만나 그해 10월 베이징현대를 설립했다.
바로 이때부터 현대차의 속도는 시속 20km에서 점차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 현대차는 불과 5만대를 중국에서 판매했는데, 3년 뒤인 2006년에는 30만대까지 올라섰다. 이것만으로도 13위에서 3위까지 판매량 순위를 갈아치우는 속도를 낸 것이다.
그리고 2008년이 바로 현대차에게 절호의 기회였던 해로 기록된다. 원래 베이징현대는 심혈을 기울여서 NF쏘나타와 엑센트를 선보였는데, 이게 경쟁사에게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베이징현대가 중국을 위한 모델을 개발해서 선보인 것이 바로 ‘위에둥’인데, 아반떼HD를 모델로 만든 차다. 이게 바로 현대차의 중국 성공사의 기점이 된다.
이로 인해 판매량은 급성장하고,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위에둥을 택시 회사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해당 국가의 자동차 브랜드가 무엇이냐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현대차 로고가 박힌 택시를 보면 가슴이 뿌듯한 경험들을 누구나 한번 쯤은 해봤을 것이다.
당시에 북경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현대차는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됐고, 또한 택시기사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판매량이 확대될 수 있었다.
그래서 2008년 30만대를 기록한 중국 판매량은 2009년에 들어서 57만대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르게 됐던 것이다.

혁신성 부족했던 현지화 전략
현대의 속도는 이렇듯이 중국에서 현지화 전략을 제대로 펼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걸 이야기한다. 현대차가 이렇게 길을 닦으며 선두에 나섰다면 이후 기아차도 전략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년 2개의 신차를 출시하며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는데, 앞서 밝혔듯이 2013년 이후 10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현재 중국시장에서 현대차가 위기를 분석할 때는 여러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되레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100만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혁신성을 배제한 채 현지화 전략 성공에 취하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올 한해 현대차의 판매량 추이를 보면 꼭 사드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이미 지난해부터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는 시장 분석은 계속 제기돼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드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들이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세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고 있었기에 그렇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에 잘 나가던 쏘나타, K5, 아반떼 등 대표 모델을 현지화 전략의 명목으로 변형해 출시했고, 여기에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기에 다다랐다. 그리고 다른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에 SUV 모델을 팔기 시작하는데도 뒤늦게 그 시장에 뛰어들고야 말았다.
요즘 중국에서 토종 브랜드들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한다. 이른 바 ‘가성비’ 측면에서 이제 현대차나 기아차 대비 토종 브랜드들의 모델이 경쟁력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급 모델을 기준으로 현대차의 가격이 토종 브랜드보다 50% 이상 비싸다고 한다.

2017년 이후 현대차의 방향성
사드 문제는 현대차로 하여금 중국시장을 앞으로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하나의 이정표 역할이 됐다. 한마디로 입에 쓴 약을 지난 1년간 씹어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7대의 신차 출시를 했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고 한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화 전략 모델인 위에동의 신차인 ‘올뉴 위에동’ 등 총 3대의 신차를 내놓았고, 기아차는 중국 전용 중형 SUV인 ‘KX7’ 등 총 4대를 내놓았다. 신차 출시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칼을 빼들었다는 표현으로 통하기도 하는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1년에 많아야 2~3번 신차를 출시하는 것에 비해 올해 2017년 7번의 칼을 빼든 것은 중국시장에 대한 현대차의 고민을 대변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중국 시장에서의 불확실한 여건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의 중국 전략은 내년에도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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